아주경제 (중국 푸저우) 채명석 기자 = ‘2015 중국 국제 스포츠 박람회(이하 차이나 스포츠 쇼)’ 개막 하루 전인 지난 7일 오후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푸저우 해협 국제 컨퍼런스 엑스포 센터 메인홀 2층에서 VIP 참가기업인들을 위해 주최측이 마련한 만찬장.
넓고 높은 홀에는 박람회에 참석한 1000여개 업체중 선별된 소수의 기업인들과 이들을 맞이 하기 위해 찾아온 주최측 고위인사와 임직원, 언론 매체 관계자들이 8명이 앉을 수 있는 원탁 테이블을 채웠다.
과거에는 유명 연예인의 공연과 스타 스포츠 선수들도 초청 받았다고 하는데, 올해는 당연히 생략됐다. 만찬장 맨 앞 중앙에 마련된 VVIP 테이블도 다를 게 없었다. VVIP 참석자들이 모두 한 명씩 연단으로 나와 축사했지만 단 두 명이 간단히 중국 스포츠 산업의 규모와 푸젠성과 푸저우시를 소개하는 정도로 인사했고, 이 가운데 한 명이 전체 건배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테이블을 돌며 인사하고 술잔을 부딪치는 순서도 사라졌다. VVIP들끼리 간단히 한잔을 한 뒤 개별적으로 접시를 들고 음식을 담아와서 식사를 했다. 예정 시간은 2시간이었지만 1시간 30분 정도 지난 뒤 참석자들은 서둘러 만찬장을 떠났다.
다음 날, 박람회 현장에서는 개막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 등 축하행사가 이번에도 없었다. 2013년 이후부터 소수의 VVIP들이 개별적으로 조용히 박람회장을 둘러보는 것이 다였다. 박람회 참가자들은 검정 정장을 입은 한 사람 가운데 소수의 인원이 의전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중요한 인사가 왔구나 하고 뒤늦게 알아챘을 정도로 VVIP들은 스스로를 최대한 숨겼다.
‘체면’을 중시해 보여주기를 강조하는 중국의 문화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3년째를 맞아 확실히 변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허례허식 철폐’는 집권 초반부터 ‘반부패’와 함께 시 주석이 반드시 혁파해야 할 대표적인 관료조직의 폐단이다. 사치스러운 행사를 개최하고, 관용차를 개인적으로 쓰며, 필요 없는 해외 출장을 남용하는 등 인민으로부터 거둔 소중한 세금이 관료들의 허세에 쓰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시 주석은 스스로 이를 실천하고, 변하지 관료와 공무원들을 철저히 처벌했다.
만찬과 개막식의 간소화 뿐만 아니다. 차이나 스포츠 쇼 행사장내에 마련된 VIP 라운지와 프레스 센터에는 운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들만 갖춰졌고 공간도 2013년 베이징에서 개최될 때에 비해 절반 이상 축소됐다. 종이 자료가 잔뜩 놓여졌던 진열대를 치우고 자그마한 책상 위에 중국 체육보와 행사 기간 동안만 발행되는 정보지 두 종류만 최소한의 분량만 비치됐다.
행사를 주관한 중국스포츠연합회측은 “박람회 참가기업들이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참관객들이 즐겁게 행사를 즐기는데 목적을 두고 필요없는 낭비적 요소는 모두 제거한 결과”라며 “만찬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특대도시에서는 금지돼 있으나 이번에는 2선 도시인 푸저우에서 처음 개최된다는 점 때문에 양해를 얻어 최소의 비용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도 높은 관료 사회 개혁이 차이나 스포츠 쇼의 위상에 영향을 미쳤을까? 적어도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중국 스포츠 산업을 태동시킨 역사적 배경과 함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 푸저우에서 개최됐다는 점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마치 시 주석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차이나 스포츠 쇼에서 표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개막 첫날 아침부터 이어지는 관람객들의 물결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이를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으며, 박람회장 전체가 사람들로 북적였다. 또한 수 많은 외국인 기업인들이 곳곳의 부스에서 비즈니스 상담을 하는 등 흥행은 성공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최측은 이번 박람회 기간 동안 참관객 규모가 당초 예상한 11만명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 지난해 무한에 이어 푸저우까지, 베이징을 벗어나 스포츠 산업을 일으키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박람회를 개최하겠다는 전략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