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전남 광양에 사는 수영 엄마(42)는 매일 아침마다 인근 약수터에서 물을 떠다 먹거나 생수를 사다 먹는다. 이 물로 밥을 짓거나 음식을 만드는 것은 물론 양치질 등에 사용한다.
지난 2012년부터 수년째 계속된 녹물 검출로 수돗물 마시기가 꺼려졌기 때문이다.
7일 광양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중마동 송보아파트 등 일부 아파트에서 또 다시 뿌연 수돗물이 검출돼 시가 원인규명에 나섰다.
지난 겨울 17개 아파트 단지에서 망간, 납 등 중금속 기준치가 초과된 수돗물 발생 후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이번에 다시 발생한 것이다.
당시 광양시는 원수에서 유입된 망간의 산화에 의한 침전물이 온수를 사용하는 초기에 유출되면서 발생하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고 정수장에 망간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했다.
하지만 중마동 송보아파트를 중심으로 이 일대 아파트 단지 일부 세대에는 지난달 초부터 간헐적으로 뿌연 수돗물이 나오고 있다.
냉수와 온수 모두 뿌연 수돗물이 검출되자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달 7일과 22일 시료를 채취해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수질검사 결과 납과 알루미늄 등은 기준치 이하였지만 망간(Mn)은 기준치를 초과하는 0.077㎎/ℓ이 검출됐다.
광양시는 두 번째 수질검사 결과 기준치 이하로 나타나 음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시민들은 생수를 구입하는 등 불신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시는 이번 뿌연 수돗물 사태가 정수장에 망간처리시설을 설치하기 전 공급된 수돗물이 아파트 저수조에 침전되면서 일부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는 녹물 수돗물 검출 사태 이후 정수장에 망간의 자동분석 및 감시 시스템과 망간 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아파트 저수조 청소를 실시했다.
이 같은 현상에 주민들은 광양시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건강과 직결되는 수돗물이 수년째 녹물로 인해 망간이 초과 검출됐는데도 시민들은 이를 모르고 음용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녹물 수돗물이 검출됐는데도 보일러 회사 측에 책임을 떠 넘기는 등 안전하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해 시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주부 김모(43)씨는 "수돗물 사태를 보면서 주민들은 끓여서도 마시지 않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광양시에서는 안전하다고 말을 하지만 주위만보더라도 믿는 사람은 거의 없고, 중금속 수돗물이라는 생각에 항시 불안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정수장에 망간처리 시설 설치 후 뿌연 수돗물이 전혀 검출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안정세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다른 아파트는 문제가 없지만 일부 아파트에서 검출된 부분은 신속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