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러시아가 중국 에너지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 프로젝트 지분 확대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아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가 270억 달러(약 29조2000억원) 규모의 '야말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의 지분 확대 계획을 밝혔다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야말 프로젝트는 연간 1650만톤의 LNG 생산을 목표로 시베리아 야말 반도에서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사업이다. 러시아 노바텍과 프랑스 토탈, 중국 CNPC가 각각 60%, 20%, 20%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외국 기업의 자국 시장 진출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유례없는 양국 밀월관계를 반영하듯 중국 기업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외국 기업 파트너들의 러시아 시장 진출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면서 "하지만 중국 친구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에너지 자산을 보유한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세와 함께 서방의 제재 강화에 따른 자금난에 직면하면서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석유 기업들은 러시아 진출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CNPC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가 동시베리아 지역에 보유하고 있는 대형 유전 반코르(Vankor)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계획을 밝혔으나 양측은 아직까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로즈네프에 장기 대출을 금지시키는 등 러시아에 대한 서방제재 여파와 함께 매각가격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주요 이유다.
지난 2013년 공개된 로즈네프 산하 타아스-유리아크(Taas-Yuriakh)에 대한 CNPC의 동시베리아 개발 투자건도 아직까지 어떠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현재 로즈네프는 영국 대표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에게 같은 조건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뤄진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과 CNPC 간 4000억 달러 규모의 가스공급 계약 또한 현재 계획대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스프롬 측은 처음에 250억 달러의 선불결제 또는 가스관 공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위한 차관 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CNPC 측은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고 있어 협상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중국 기업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프로젝트 사업은 이번주로 예정된 중러 양자회담에서도 핵심 안건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오는 8~10일 제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