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앓던 이’ 뺀 정치권, ‘준조세 저항’ 후폭풍 직면…왜?

2015-05-0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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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정국 화약고인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전격 합의했으나, ‘국민연금 끼워넣기’를 하면서 공적연금을 둘러싼 제2라운드를 예고했다. 공무원연금보다 더 이해관계가 복잡한 국민연금을 건드린 것이다. 이 경우 ‘준조세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초 당·정·청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방점을 찍은 ‘구조개혁’ 대신 ‘모수개혁’에 합의하면서 과거 정부의 ‘반쪽 개혁’ 전례를 되풀이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재정절감 효과가 떨어진 공무원연금에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치권 갈등은 정점을 향해 치닫는, 최악의 국면이 도래할 전망이다.

◆與野 공무원연금 합의로 국민연금 11년 후퇴?

4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논란의 핵심은 여야가 공무원연금 합의안을 끌어내면서 사실상 ‘별건’인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건드린 점이다. 야권은 공적연금 강화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준조세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합의 과정에서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이하 실무기구)가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고 합의했다. 현행 명목 소득대체율은 40%다. 여야는 관련 안건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한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더 받는’ 안으로 원위치하겠다는 얘기다. 여야 정치권이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당장 당·정 내부에선 “월권이 아니냐”고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정부 내부에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오는 2085년까지 333조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보겠지만, 소득대체율 50%가 현실화될 경우 국민 부담액은 2083년까지 166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오는 6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 매몰하면서 더 큰 뇌관인 국민연금을 건드린 셈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졸속 합의 논란은 국민연금으로 옮겨붙을 전망이다.

◆與野, ‘꼼수정치’ 논란에 휩싸인 까닭

여야는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의 졸속 합의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새누리당은 수정·보완에 방점을 둔 반면, 새정치연합은 공적연금 강화를 꾀하겠다고 자평했다.
 

여야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전격 합의했으나, ‘국민연금 끼워넣기’ 등 사실상 미봉책에 그치면서 공적연금을 둘러싼 제2 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보다 더 이해관계가 복잡한 국민연금을 건드린 것이다. 이 경우 ‘준조세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어렵게 타결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많은 비판에 대해 저 역시 많은 부분 공감한다. 그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이런 비판에 대해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끝까지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같은 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당사자의 합의를 통한 제도 개혁은 향후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사회적 대타협의 무대를 보여줬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에 그치지 않고 국민소득 명목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리는 등 일반 국민의 공적연금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된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양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공적연금 강화와 관련해 “국민연금 제도 변경은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게 대원칙”이라며 ‘국민의 동의’를 앞세워 속도 조절론을 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공적연금 개선방안에 관한 시행 법률을 (오는) 9월 중 처리하기로 어제(여야가) 분명히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 당시 땐 집권여당이 ‘국민과의 약속’, 야당이 ‘사회적 합의’를 고리로 각각 상대 당을 압박했다. 공적연금의 제2라운드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합의 과정에선 공수가 뒤바뀐 셈이다.

정치권 내부에선 새누리당 지도부가 지난 1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등에 대해 청와대에 설명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사실상 당·청 합의가 끝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청와대 묵인하에 여야가 짬짜미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안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표를 의식하는 여야가 섣불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은 당분간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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