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그레이의 억울한 사망이 촉발한 볼티모어 폭동사태의 일부 폭력시위자들을 '폭도'나 '범죄자'로 부르며 맹비난하는 등 항의군중들에 대해 비판적입 장을 보인데다 흑인 대통령인 그의 집권 이후에 인종 갈등이 더 악화되는 상황을 맞고 있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8일 방미중이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방화와 약탈에 가담한 자들에 대해 "범죄자들이자 폭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내 마음은 어젯밤 부상한 경찰들에 가 있다. 어제 우리가 목격한 폭력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것은 비생산적이었다"며 "그들은 항의나 주장을 한 게 아니라 약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폭력시위가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적법한 불만을 표출한 평화로운 항의자들의 메시지를 손상시켰다며 "이번 일은 위기가 맞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것이 새로운 것처럼 굴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관 6명 기소라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자 "그레이에게 일어났던 일에 관한 진실이 드러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정의가 작동하고 모든 증거가 제출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The Hill)은 2일 "퍼거슨에서 볼티모어까지 국가 인종문제를 치유하는 데 있어 흑인 대통령이 힘의 한계에 직면해있다"며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은 제2기 오바마 행정부의 유산의 하나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더 힐은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기간 미국의 가장 오래된 분열인 인종문제를 치유하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뒤집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6명의 경관을 기소한 결정으로 정의를 위한 문이 열렸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WP는 "볼티모어 시민들은 이례적으로 빨리 조사결과가 나온데다 과거 경관 개인이 특히 흑인 용의자들에 대한 권력남용과 학대 등으로 기소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결과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볼티모어에서 폭동을 유발한 '경찰에 의한 흑인청년 살인'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이달 말 개최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청문회에선 현재 법사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형사체제개혁안이 심도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 개혁안은 경찰에 새로운 훈련기준을 부과하고 구금중 사망에 대한 보고요건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