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최근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와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가 진행되면서 해당 에너지 공기업들이 마른침을 삼키고 있다.
특히 이들 공기업 가운데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무리한 해외 개발사업으로 부채 규모가 급증하면서 지난 한 해만 빚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3일 감사원의 ‘2014~2018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08~2013년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정부의 예산을 2조8759억원 지원받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석유공사의 자본은 1181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2012년 9040억, 2013년 71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무려 1조6111억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부채비율도 2008년 73.3%에서 2013년 180.1%로 급증하면서 지난 4년간 누적된 순손실 규모만 3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석유공사의 대규모 손실의 원인으로는 영국 다나사와 캐나다의 하베스트사의 인수가 꼽히고 있다. 석유공사는 이들의 인수로만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으며, 매출액 순이익률도 2008년 11.4%에서 2013년엔 마이너스 7.2%로 곤두박질쳤다.
실제 석유공사가 2010년 9월 인수한 다나(Dana Petroleum Limited)의 경우 지난해만 609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최근 국제적 유가 하락과 맞물려 4570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도 발생했다.
석유공사가 2009년 10월 매입한 하베스트 역시 당시 4조5000억원(날 정유회사 1조원 포함)이라는 금액이 들어갔지만, 날을 300억원에 매각하는데 그쳤다. 현재까지 손실만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특히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M&A 부실한 정유회사를 충분한 검토 없이 매수토록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강 전 사장이 계약 체결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사회에서 허위 설명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후세력에 대한 의혹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석유공사 내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직원들의 업무 부당처리 등 각종 불법과 편법은 하베스트 뿐만이 아니였다. 카자흐스탄 숨베사 인수과정에서 석유공사의 한 처장은 원유 내수·수출 가격을 기준보다 높게 적용하고, 경제성을 과다 평가해 이사회에 보고했다.
또 영국의 석유탐사업체 다나사를 인수한 뒤 남은 예산으로 임직원 1025명 전원에게 발광다이오드(LED) TV 또는 노트북 등 13억 원 상당의 현물을 지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실적 악화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줄자 7억원 상당의 태블릿 PC와 10억원 상당의 디지털카메라를 전 임직원에게 지급하며 회계 서류를 조작한 적도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석유공사 등 에너지공기업 직원들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막고, 이들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개인의 중과실로 국민의 혈세 수천 억원을 고스란히 날린 것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형벌을 적용하고, 석유공사도 손해를 배상토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한 의원은 "최근 MB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가 아무런 성과없이 종료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비록 국조가 종료됐지만, 이와 관계없이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한 에너지공기업들에 대한 꼼꼼한 특검이 이어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최근 석유공사의 울산비축기지 지하화 건설사업 추진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울산비축기지 지하화 공사는 울주군 온산읍 학남리에 면적 98만2295여㎡, 168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사업이다.
이에 대해 28개 주민단체로 구성된 비축기지 온산주민대책협의회는 석유공사의 재난 안전검증이 이뤄지지 않으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