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도 정식 맛보고 비경에 취하기, 하루 만에 다 할 수 있다

2015-05-07 00:00
  • 글자크기 설정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전남에서!

 
[글·사진=나주·강진 기수정 기자] 아침 7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9시쯤 호남선 열차에 몸을 싣는다. 11시쯤에는 나주역에 내려 마음에 드는 맛집을 찾기만 하면 12시 전에 입이 떡 벌어지는 남도 정식 한 상을 거하게 받을 수 있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결코 아니다. 이제 ‘완행열차 호남선’은 잊어라. 서울 용산역에서 호남선 KTX에 몸을 싣고 약 두 시간여를 달리면 나주역에 도착하는 ‘LTE-A'급 시대가 열렸으니.

용산역에서 출발한 호남선 KTX 열차가 나주역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시간 58분. 고속버스를 타면 3시간30분, 많게는 4시간까지 걸렸던 시간이 1시간 30분 이상 단축된 것이다.

여유롭게 짐을 챙겨 8시 53분에 용산에서 출발하는 열차에 몸을 실으니 11시도 안 된 10시 51분 나주역에 다다를 수 있었다.

봄의 여왕 5월엔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남도, 그중에서도 나주·여행 한 번 떠나보자.

푸짐하면서도 맛깔나는 남도 음식 맛보고 여유로움 가득 묻어나는 남도의 경관에 취하며 그간의 시름을 잠시나마 떨쳐버리자.

◆흐드러지게 핀 봄꽃의 향연…강진에서 감성에 젖다
 

영랑생가에 핀 모란꽃 속으로 모여든 벌들. 원래 향기가 없는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꽃이다.

'그대가 영랑으로 하여금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울게 하 당사자이지'. 시인 김재석의 <모란 옆에서> 중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월출산의 비경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한눈에 담지도 못할 정도로 거한 맛깔스런 남도 정식 한 상차림에 또 한 번의 감탄사를 토한 후, 부른 배를 쓸어내리며 이동한 곳은 바로 전라남도 강진군에 자리 잡은 영랑 생가였다. 

영랑 김윤식 선생의 유명한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모티브가 된 모란, 그 아름다운 자태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모란은 매년 새순이 나는 곳에서 꽃이 피고 360여일을 기다려 단 5일만 핀다는 귀하디귀한 꽃이다. 
 

영랑 생가와 자주색 모란.

원래는 5월 초에 잠시 피었다가 지지만 따뜻해진 날씨 덕에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맞듯 반갑게 맞아주는 모란을 감상할 수 있다.

모란은 원래 향기가 없는 꽃으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손바닥보다도 더 큼직한 자색 모란과 흰색 모란은 한데 어우러져 그 어떤 꽃보다도 은은한 향내를 풍기고 있었다. 

중요 민속자료 제252호인 영랑 생가는 현재 본채와 사랑채, 문간채 등 세 동만 남아 있다.

1948년 영랑이 서울로 이사한 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지만 1985년 강진군이 매입한 후 생가 원형과 거의 비슷하게 복원시켰다. 
 

김영랑 <모란이 피기 까지는> 시비가 영랑 생가 한켠에 세워져 있다.

영랑 생가에 핀 모란의 감동을 그대로 안고 이동한 곳은 백련사. 우리나라 최대 동백군림을 품은 사찰 답게 붉은 동백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원래는 3월부터 4월에 가면 만개한 동백꽃이 바닥에 떨어져 붉은 융단이 깔린 듯 아름다운 경관이루며 동백의 진면목을 느끼기에 그만이다.
 

다산초당으로 향하는 오솔길. 녹음과 붉은 동백의 조화가 신비롭다.

동백이 진 후에 우거진 동백나무의 녹음 속 '백련사에서 다산초당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남 강진의 ‘다산오솔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다산초당 전경

다산이 백련사의 명승 아암 혜장 선사를 만나기 위해 오갔다던 사색의 길은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울창한 그늘을 드리워 한낮에도 어둑어둑하다.

과연 잡념 모두 떨쳐 버리며 사색하기에 안성맞춤인, 고요한 오솔길이리라. 

이 오솔길 끝 다산이 유배기간 중 10년 동안 생활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500 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는 다산초당을 들러 강진군의 유일한 유인도 '가우도'로 향했다. 

외딴 섬이지만 해상보도교로 연결돼 고려청자 요지 및 다산유적지와도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저녁 무렵 뉘엿뉘엿 넘어가는 햇볕이 바다에 비치면서 만들어낸 금빛 물결, 그 위에 놓인 출렁다리 위를 걷는 기분이 참으로 오묘했다. 
 

가우도까지 이어진 출렁다리. 실제로 이 다리는 출렁거리지 않지만 다리 위를 걸을 때 주변 바다를 내려다보면 물결이 출렁이는 모양이 마치 걷는 사람이 출렁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여 이렇게 불린다.

소의 멍에를 닮았다고 하여 가우도(駕牛島)라 불리는 이곳은 현재 총 열 네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가우도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하늘

이곳은 최근 함깨해 길로 조성되면서 산과 바다를 한눈에 보며 걸을 수 있는 천혜의 트레킹 명소로 입소문이 나 있다. 

◆영산강 물길 따라 2000년 전으로 떠나는 나주

강진에서의 달콤한 여정을 끝내고 2000년의 역사가 흐르고 있는 생명의 땅 나주에 도착했다.
 

나주의 대표 먹거리 '나주곰탕'

나주 하면 많은 사람들은 바로 '나주곰탕'과 '영산포 홍어'를 떠올릴 듯하다.

토렴을 해 그릇을 뜨끈하게 데우고 그 안에 넘치는 인심을 푸짐한 곰탕 한 그릇에 담아낸 나주의 별미 나주곰탕, 코끝을 타고 머리 끝까지 알싸하게 전해지는 홍어가 발길을 사로잡는다.  

맛있기로 유명한 남도 음식의 정수로 불리는 홍어, 그 맛의 시작이 바로 영산포란다. 

그만큼 나주는 맛있는 먹거리가 풍부한 고장이지만 먹거리 외에도 볼거리가 풍부한 지역 또한 나주이리라. 
 

나주영상테마파크 전경

나주는 영산강 고대문화의 중심이자 호남의 천년고도로서 옛 선조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풍요로운 나주평야, 굽이굽이 흐르는 영산강 줄기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나주영상테마파크와 도래한옥마을, 황포돛배까지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고구려인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나주영상테마파크에서는 수천 년을 넘나드는 다수의 사극이 제작됐지만 이곳을 단순한 드라마 촬영 세트장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궁궐과 민가 등 100여 채가 들어서 있는, 고구려인의 삶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약 14만㎡를 자랑하는 규모의 나주영상테마파크, 그 위 전망대에 올라 서니 굽이굽이 흐르는 영산강과 드넓은 나주평야가 한눈에 담긴다. 
 

아담한 도래한옥마을 전경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한옥이 세 채나 되는 전통문화마을 '도래한옥마을'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담하면서도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분위기가 풍긴다. 

한옥마을 주변의 전남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콰이어길은 연인끼리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어린 상춘객에게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연 놀이터가 돼 준다. 
 

황포돛배

이 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를 실컷 만끽한 후 향한 곳은 영산포.

내가 서 있는 이곳의 시간이 진정 2015년이던가. 푸른 영산강 줄기 따라 서서히 흘러가는 황토색 돛배가 눈에 띈다. 

조선 시대, 면포에 황토물을 들인 기폭을 달고 끊임없이 영산강을 누비며 흑산도, 영산도, 칠산도 등을 거쳐 영산포까지 홍어를 비롯해 소금, 미역, 곡물 등 물자수송을 했던 황포돛배다.

영산포 선착장에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출발해 50분간 왕복 10km를 운항하는 이 황포돛배 체험은 특별하다. 

영산강과 강변에 자리한 아름다운 석관정, 금강정 등 한 폭의 수채화같은 남도의 비경을 배 위에 서서 유유히 감상할 수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여행정보>

-호남고속철도가 착공한 지 5년4개월 만에 개통되면서 서울 용산역에서 나주역까지 1시간 57분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나주부터 강진, 목포 등지까지는 KTX와 연계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1544-7788.

-나주역에서 나주시와 강진군으로 가는 시티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나주시는 '나주로 마실가자' 시티투어를 4월 25일부터 9월 12일까지 매주 토요일 1회 운영한다. 이용료는 1만원이며 황포돛배 체험 금액 5000원이 포함된 가격이다.

<먹거리>

-강진군 석천면 석천한정식은 남도 밥상을 제대로 차려내는 집으로 유명하다.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다는 홍어는 물론 전, 나물, 육회, 생선구이 등 푸짐한 한상 차림을 받아볼 수 있다. 가격은 4인 한 상 기준 4만원부터다. (061)432-5050.

싱싱한 회를 맛보고 싶다면 마량 궁전횟집을 추천한다. 싱싱한 자연산 돔 회에 맛깔스런 반찬까지 가득 더해져 입안을 행복하게 한다. (061)433-3044

-나주의 먹거리는 단연 나주곰탕과 홍어다.

나주 금성관 앞 곰탕골목 하얀집이 유명하지만 바로 옆에 자리한 한옥집도 발디딜 틈 없다. 입에서 살살 녹는 수육, 맑은 국물의 곰탕이 인기다. 곰탕은 전통방식대로 토렴을 해서 따뜻하게 데운 뚝배기에 담아내 더욱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061)334-0707
 

알싸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홍어는 묵은김치와 삼겹살, 김에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영산포홍어도소매식당은 홍어삼합과 찜, 튀김, 전, 홍어애국까지 다양한 홍어 정식상을 차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알싸한 향이 입안을 감싸는 홍어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061)337-5000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