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푸젠(福建)성 푸톈(莆田).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나이키·아디다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 운동화를 위탁생산하며 신발도시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비용 상승으로 글로벌 업체들이 생산라인을 동남아로 이전시키면서 푸톈 신발 경제는 위기에 빠졌다. 한때 연간 20억 켤레에 달하던 신발 생산량은 12억 켤레로 거의 반 토막 났다.
푸톈 신발기업들은 글로벌 업체의 주문제작을 하며 키운 수준 높은 기술을 기반으로 ‘짝퉁(모조품)’ 생산으로 눈을 돌렸다. 푸톈은 ‘짝퉁 신발도시’로 전락했다. 푸텐 신발은 오늘날 중국 제조업 위기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알리바바가 21일 ‘중국품질 제조(中國質造)’ 전략을 공식 제창했다고 중국 신경보(新京報)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품질 제조란 '중국제조(中國制造)'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말이다. 위기에 처한 중국 제조업의 혁신 발전을 모색한다는 뜻이다. 알리바바는 그간 짝퉁에 머물렀던 중국산 제품들을 진정한 진품 브랜드로 변신시킨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품질제조 전략의 첫 번째 타깃으로 푸톈 신발을 선정했다. 알리바바는 국제적인 수준의 신발 제조기술을 보유한 푸톈 신발기업에게 ‘인터넷’이라는 날개를 달아주기로 했다. 중국 당국이 제창하는 인터넷과 전통산업 간 융합을 모색하는 ‘인터넷 플러스 전략’의 실천이다.
21일부터 중국품질제조 전략 브랜드로 엄선된 17곳의 푸톈 신발기업이 만든 신발은 알리바바 산하 오픈마켓인 타오바오몰 등에서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100종에 가까운 신발은 과거 나이키 등의 위탁생산 제품과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생산한 것이다. 모두 중국 출입국검역국 산하 국가신발검측센터로부터 국제표준보다 더 우수한 품질로 검증 받았다. 광고나 할인 등 방면에서 우대혜택도 받을 수 있다. 우수업체는 지방정부의 장려금도 받을 수 있다.
알리바바는 향후 푸톈 신발뿐만 아니라 저장(浙江)성 핑후(平湖) 여행가방, 광둥(廣東)성 순더(順德) 가스레인지, 광둥성 산터우(汕頭) 완구 등 중국 지역 곳곳에 산재한 유명 제조업 도시의 기업들과 손 잡고 ‘중국 품질 제조’ 전략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그룹 소매판매 사업부 장젠펑(張建鋒) 총재는 “중국 기업들은 매우 선진적인 생산·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브랜드 이미지가 결핍돼 중국산 제품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브랜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일본산 변기뚜껑을 싹쓸이하는 중국 관광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거진 중국 제조업 위기 논쟁이 대표적이다. 특히 일본산 변기뚜껑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