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의 공격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외교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듯 인도가 중국 전략을 벤치마킹한 인도판 '실크로드 펀드' 조성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야두벤드라 매서 인도 수출입은행 총재의 발언을 인용, 인도가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도로와 다리, 발전소 등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서 총재는 "펀드 설립 목적은 인프라 투자는 물론 남아시아의 이웃나라들과 인도의 교역을 촉진하려는 것"이라며 "중국과 경쟁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일대일로 입김이 빠르게 확산되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들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60억 달러(50조원) 규모의 돈보따리를 풀어내며 파키스탄과 전천후적 동맹관계를 맺은 이후 나온 소식이라는 점에서도 중국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비카스 스와루프 외교부 대변인은 "SAARC 지역 인프라 구축 지원을 위한 기구 마련을 위해 인도 재정부와 외교부간에 '격렬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 새로운 펀드의 탄생이 조만간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실현을 위해 이미 400억 달러(약 43조3100억원) 규모의 실크로드 펀드를 출범했다. 펀드의 목표는 아시아·중동·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의 복원이다. 지난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을 계기로 이 펀드의 첫 투자처는 16억5000만 달러의 파키스탄 댐 프로젝트가 됐다.
국경지대 영유권 분쟁으로 촉발된 중국과 인도의 갈등 국면은 최근 중국이 인도양 주변 해상거점을 연결하는 '진주목걸이 전략'에 따라 지역 영향권을 확대하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
모디 인도 총리는 아시아에서 거침없는 물량공세로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취임 당시 이웃국가 지도자들을 초청하는 등 관계 강화에 나섰다. 아울러 지난해 9월에는 모디 총리가 미국을, 올해 1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각각 방문하는 등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도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