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하고 싶은 말은 보통 대중의 가려운 곳을 긁는다. 직접 집필하고 출연한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극한직업’에서는 연예인에게 수모를 당하는 매니저를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피학적 개그로 승화시켰고, 역시 극본과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초인시대’에서는 25살까지 첫 경험을 하지 못한 남자에게 주어지는 초능력을 이용해 팍팍한 청춘에게 유쾌한 위로를 건넨다.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연출을 맡은 김태호 PD가 유병재를 식스맨 후보로 꼽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작가인 그의 범상치 않은 아이디어는 물론 ‘무한도전’이 내세운 평균 이하 정신에도 꼭 부합하니 말이다. 유병재가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탈락했을 때 그의 평범함에 이입하고 위로받았던 시청자의 곡소리가 유달리 컸다.
‘식스맨’이 되지는 않았지만, 유병재는 여전하다. 19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도 판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결의 웃음을 안겼다. 지퍼 달린 운동화를 벗는다며 끈을 풀어헤치더니만 “제 신발이 아니라서…협찬은 처음이라서…”라며 우물거리고 원곡자 개리 앞에서 리쌍의 ‘러쉬(RUSH)’를 호기롭게 부르며 구박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때마다 불안하다. 그가 ‘B급 마이너’ 이미지를 방송물로 씻어 내릴까 봐, 우리가 그의 생경함에 익숙해 질까 봐. 유병재가 주는 낯섦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