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12일 오후 김진태 검찰총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추가 의혹 제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신속하고 철저하게 의혹 사항을 수사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에는 구본선(47·23기) 대구 서부지청장과 김석우(43·27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 투입됐고, 전체 수사팀은 팀장 포함 10여명의 검사로 꾸려진다.
수사 관련 보고라인에서는 최윤수(47·22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빠지고 수사팀에서 대검 반부패부장과 검찰총장으로 바로 보고가 이뤄진다.
사무실은 서울고검에 꾸려질 예정이다. 과거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특별수사팀이 꾸려졌던 사무실이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또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진행 중인 자원개발 비리를 비롯한 부정부패 수사는 한 치의 차질도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해 수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메모와 경향신문 인터뷰 등을 통해 제기한 금품거래 의혹 중 공소시효를 완성하지 않은 사안들을 중심으로 수사 단서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의혹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이 존재하는지, 관련 자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지 등도 수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사건 관련자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남기업 측에서 의혹 내용을 알고 있거나 회삿돈 처리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검찰은 13일 성 전 회장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되면 경남기업 측에 의혹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직전 인터뷰를 했던 경향신문 측에는 녹취 파일 전체 분량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검찰 수사가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면서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자원외교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앞서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 현 정권 실세들에게 현금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성 전회장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언론 인터뷰와 같은 내용의 메모지를 발견했다.
검찰이 입수한 메모지에는 '허태열 7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 10만불, 이병기, 이완구'라고 적혀 있었다. 김 전 비서실장 이름 옆에는 '2006년 9월26일 독일·벨기에 조선일보'라는 글귀도 기재돼 있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사망 당일 행적을 꼼꼼하게 재추적하도록 경찰에 보강수사 지휘를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탐문 등을 통해 성 전 회장이 사망 당일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나와 북한산 형제봉 입구 북악매표소 인근 산속에서 목을 맬 때까지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파악할 예정이다.
사망 당일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 기자 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제삼의 인물과 접촉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의 검안 결과 성 전 회장의 사망 시간은 오전 10시 전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성 전 회장의 행적 재구성 작업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망 당일 오전 7∼10시 대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