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길호 아프로서비스그룹 부사장 "하룻강아지가 범을 물었다"

2015-04-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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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배구단, 창단 2년 만에 우승

"아직도 실감나지 않아…새로운 도약 위해 혹독하게 준비할 것"

정길호 아프로서비스그룹 부사장 [사진=김세구 기자]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상상은 했지만 정말 기대할 수 없었던 성과를 얻었습니다.(정길호 아프로서비스그룹 부사장)"

최근 2014~2015시즌 남자 프로배구 우승을 차지한 OK저축은행 베스피드 단장을 맡고 있는 정길호 아프로서비스그룹 부사장에게 우승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변했다.
OK저축은행 베스피드는 이번 시즌 챔프결정전에서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꺾고 창단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대한항공 점보스 등 쟁쟁한 강팀들 사이에서 일궈낸 우승인 데다 전 우리캐피탈 배구단 인수전에서 실패한 뒤 어렵게 창단한 배구단이 차지한 성과라 의미가 남다르다.

아프로서비스그룹(옛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 수차례 시도 끝에 저축은행 업계에 진출, OK저축은행을 탄생시킨 것처럼 배구단 창단에도 대부업이라는 편견 때문에 가시밭길을 걸었다.

2008년 남자 프로배구 6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우리캐피탈(현 KB캐피탈) 드림식스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일환으로 우리캐피탈이 KB금융지주에 매각되면서 운영을 포기, 2012년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네이밍스폰 참여를 결정하고 브랜드인 러시앤캐시를 앞세워 드림식스팀과의 첫 인연을 맺었다. 2012~2013시즌 종료 후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네이밍 스폰서가 아닌 정식 인수를 요청했으나 경쟁자로 급부상한 우리카드에 밀려 배구단 인수에 실패했다.

이에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배구단 창단으로 노선을 변경해 러시앤캐시 베스피드 배구단을 창단했다. 힘겹게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창단 승인을 받아냈으나 팀을 구성하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당시 해설가로 활동 중이던 김세진 감독을 영입하고 삼성화재 출신 슈퍼스타 중 한명인 석진욱을 코치로 영입했으나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어 시즌 시작 1주일 전이 돼서야 대학 3학년생들로 선수단을 꾸릴 수 있었다.

당시에 대해 정 부사장은 "연습장이 없어 연고지인 경기 안산시 일대 고교 체육관을 빌려서 사용했다"며 "팀의 주축선수들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어 각종 국제대회나 대학대회 등에 차출돼 개막 경기를 불과 보름정도 앞두고서야 함께 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구단 역시 힘겹게 팀을 구성한 만큼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정 부사장은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목표가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다고 밝혔다. 우승보다는 올 시즌을 통해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시즌 시작 전 우승이라는 단어는 꺼내기 어려웠다. 삼성화재나 현대캐피탈 등은 수년간 다져진 팀 아닌가"라며 "김세진 감독의 시즌 구상을 보니 '4강 또는 플레이오프 정도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에게 선수들이 올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물었다"며 "김 감독과 석 코치의 우승 DNA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선수들이 모여 시너지를 발휘하면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모습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구단주인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과 정 부사장이 기대한 모습은 시즌 첫 경기부터 나왔다. OK저축은행 용병선수인 시몬이 삼성화재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시즌 종반까지 줄곧 1~2위를 유지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소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일 V리그 톱매치에서도 플세트 접전 끝에 일본 프로배구 우승팀 JT 선더스를 꺾었다.

정 부사장은 "최 회장이 일본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만 고국인 한국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며 "선수들에게 게임 전 '일본팀에게는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자존심 대결이라 할 수 있는 톱매치에서 승리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OK저축은행 배구단의 활약에 대해서는 '하룻강아지가 범을 물었다'고 표현했다. 패기와 용기를 바탕으로 두려움을 이겨낸 게 아니라 용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다.

그는 "OK저축은행이라는 하룻강아지가 삼성화재라는 범을 물었다"며 "물어봤기 때문에 이제 범의 모습을 알게 됐다. 챔피언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챔피언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됐기 때문에 다음 시즌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더 혹독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적 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의 부담도 크다.

정 부사장은 "지금까지는 막내구단이니까 도전하는 자세로 서툴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셨지만 이제는 어리지만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구단의 성적 뿐만 아니라 한국 배구계에 도움이 되는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 대한 투자나 교육 등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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