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경 서울시립대 교수는 10일 오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국제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 FTA 정책의 평가와 새로운 통상정책 기조의 모색' 세미나에 앞서 배포한 자료집에서 "한국이 단순히 TPP 참여 선언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TPP 틀을 제시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중국·인도 등 다른 나라와 협력해 비슷한 시기에 TPP 협상 참여를 선언하는 방법이나, 중국이 추진하는 RCEP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TPP 참여와 관련해 협상 참여 선언을 먼저 할 것인지, 정식 출범 후 가입 선언을 할지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PP 출범을 두고 협상을 벌이는 12개 국가가 실질적 타결을 선언하기 전에 협상에 참여하면 양허안과 관련해 한국이 따로 협상할 여지가 있다.
한국이 협상 참여를 선언할 경우 미국은 한국의 AIIB 참여를 빌미로 더 높은 수준의 농산품·공산품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협상이 타결되고 나서 한국이 TPP 가입을 선언한다 해도 이미 만들어진 양허안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성 교수는 "TPP는 미국이 '21세기형 FTA'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진행될 모든 무역자유화 논의의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통상협상의 틀을 짜는 판에 일정 부분 참여해야 향후의 통상협상에서도 국익을 관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세원 서울대 명예교수는 세미나 기조연설문에서 "그간 산업구조 조정 측면에서 FTA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국가별·지역별로 어떤 형태의 FTA를 어떻게 운영할지 한국 나름의 'FTA 세계지도'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FTA의 '양적 확대'에만 비중을 두지 말고 운영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는 토론 발표문을 통해 "유럽연합(EU)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의 경우 FTA 체결 이후 오히려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감소했다"며 "앞으로는 FTA를 통한 저부가가치 산업에서의 가격경쟁력 확보보다는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정책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