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찰스턴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에게 조준 사격을 가한 사실이 밝혀진 뒤 이 지역 주민들이 규탄 집회를 연데 이어 여타 지역에서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재차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CNN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33) 경관의 총격 영상이 공개된 직후 찰스턴 시청 앞에 지역 주민 50여명이 모여 규탄집회를 열고 강력히 항의했다. 시위대는 지난해 퍼거슨 시위 당시 핵심 구호였던 ‘손들었으니 쏘지마’(Hands up, Don't shoot)를 이번 사건의 상황에 맞춰 변형, ‘등 돌렸으니 쏘지마’(Back turned, Don't shoot)라는 글귀와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희생자의 모친 주디 스콧은 “영상 속 경찰은 마치 사슴 사냥을 하는 것 같다”고 비난하면서도 “이런 사건이 다른 사람에게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빈다”며 아들의 죽음이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기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사안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백악관도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 역시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동영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고 언급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도 이 사안에 대한 별도 조사에 착수했다.
현지 수사 당국은 총격 영상을 확보해 혐의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슬레이저를 체포,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키스 서메이 찰스턴 시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슬레이저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서 “잘못은 잘못이다. 나쁜 결정을 했을 때는 경찰이든 길거리의 시민이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슬레이저의 해고 사실도 덧붙였다.
슬레이저는 애초 지난 4일 교통위반 단속을 하다가 미등이 망가진 스콧의 승용차를 세웠지만, 스콧에게 전기충격기를 빼앗기고 몸싸움을 하다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침 현장을 지나가던 한 시민이 촬영한 동영상 속의 슬레이저는 등을 돌려 달아나는 스콧에게 정조준 자세를 취하며 무려 8발의 권총을 발사했다. 스콧은 마지막 8발째 총격에 앞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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