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교도통신이 일본 정부의 AIIB 제출 문서 초안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이 AIIB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15억 달러 상당의 기금 출연을 계획 중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AIIB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 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과 일본은 오는 6월6일 양국 재무장관 회담을 열어 일본의 AIIB 참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 간 재무장관 회담 개최는 약 3년2개월 만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재무상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6월 베이징에서 열릴 중국과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일본의 AIIB 참여도 의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의 AIIB 가입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시큰둥한 모습이다. 칼럼리스트 예성저우(葉勝舟)는 "일본의 AIIB 불참이 그리 나쁜일은 아니다"라면서 "일본이 참여하게 되면 중국의 AIIB 지분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현재 상황에서 AIIB에 일본의 자금이 필요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교도통신은 일본이 AIIB 설립을 주도하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기금을 출연하는 것이지만, 이에 걸맞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중국이 AIIB 출범 작업을 진행할 때 미국과 함께 이에 반대하는 행보를 보여 중국으로선 껄끄러운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52개국이 넘는 창립회원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흥행에 성공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지분 배분을 놓고 중국과 유럽 국가들이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7일 "AIIB가 회원 가입을 마무리하고 개최할 2차 회동에서는 지분과 투표권 배분을 결정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크게는 아시아와 비아시아, 좁게는 중국과 유럽이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갈등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도 AIIB에 잇따라 가입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란·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오만·카타르·이집트·요르단 등이 AIIB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키로 결정했다. 걸프 지역 6개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이사회(GCC) 국가 중에서는 바레인을 빼고 모두 참여하는 셈이다.
AIIB는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주도해 설립되는 은행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사회기반시설을 지어주자며 2013년 설립을 제안했다.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인도·싱가포르·카타르 등 21개국 대표들이 모여 자본금 500억달러(약 56조원) 규모로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올해 말 출범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