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일본 기업들이 장시간 근무 문화 바꾸기에 나섰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FT는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잦은 회식이나 회사에 과도하게 충성하는 기업 문화가 오랜 기간 일본의 상징이었지만 이러한 업무 환경이 저출산 문제를 유발, 생산력 저하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일본기업이 앞장서서 장시간 근무 문화 청산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오랜 시간 근무하는 게 꼭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근무 시간이 짧더라도 생산성이 높은 직원에게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이 같은 기업들의 노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과 관련있다고 분석했다. 후생노동성 공무원들은 오는 10월부터 오후 10시를 초과해 일할 수 없다. 사무실을 불을 꺼 직원이 일찍 퇴근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썼지만 효과를 얻지 못해서 나온 방책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1년에 최소 5일간의 유급휴가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지난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정부의 노동 정책 방향이 오히려 장시간 근무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5일 유급휴가 의무화’ 법안도 은행이나 증권사 등 특정 업종의 고소득 연봉자들에게 근무 시간보다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도록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게다가 과거 일본의 노동 여건 개선 노력은 대체로 실패했다고 FT는 설명했다. 대부분의 일본 직장인이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것조차 가책을 느끼고 일본의 과로사 비율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여행업체 ‘익스피디아’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세계 24개국 78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일본 직장인은 휴가 20일 중 절반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 한국 다음으로 휴가를 적게 쓰는 것이다. 한국 직장인은 휴가 15일 중 실제 이용하는 기간은 7일로 가장 짧은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근로자는 휴가 30일을 모두 이용했고 영국은 26일 중 25일을 썼다.
FT는 그러나 아베 내각의 새 정책이 어찌 됐든 경직된 일본의 오랜 기업문화를 잠식하고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젊은 층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 나나미 코바야시(21)는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업무 환경”이라며 “개인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근무 분위기와 충분한 시간 외 근무 수당, 확실한 유급휴가 제공이 가장 중요하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