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전후로 청양고추 종자를 보유하고 있던 중앙종묘 등 상당수 국내 대형 종자 회사들이 외국에 매각되면서 외국에 거액의 로열티를 내고 있는 것이다.
7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가 외국에 지급한 농작물 로열티는 총 819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받은 로열티는 3억2000만원에 그쳤다. 2020년에는 해외 종자의 로열티 지급액이 7900억원 규모로 급증할 것 전망된다. 우리나라 종자 시장의 약 50%를 외국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로열티 지급 품목의 종자 수입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1t에 불과했던 장미 종자 로열티는 2013년 33t으로 33배 늘었고, 국화도 같은 기간 677t에서 2749t으로 4배 늘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굵직한 국내 토종 종자 업체들이 줄줄이 다국적 기업에 팔린 점도 로열티 증가에 한 몫을 했다.
매운 고추의 대명사로 알려진 청양고추 종자를 보유하고 있던 중앙종묘는 1998년 세미니스(멕시코)를 통해 세계 1위 업체인 몬산토에 인수됐다. 중앙종묘는 1983년 청양고추 품종을 개발했다. 그러나 회사가 외국에 넘어간 바람에 청양고추는 수입품이 됐고, 한국인들은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외국에 로열티를 낸다.
1998년 당시 업계 1위로 우리나라 종자산업을 대표했던 흥농종묘도 세미니스에 팔렸다. 1997년 당시 업계 2위였던 서울종묘가 스위스계 노바티스에, 4위였던 청원종묘가 일본 사카다종묘에 각각 넘어갔다.
세계 종묘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춘 외국 자본이 국내 종자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외국 종자가 국내에 들어올 길목이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