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두이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것 만큼 어려운 '리어왕' 도전

2015-04-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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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 올해 첫 제작공연 리어왕 16일부터 공연




“딸한테 회초리를 내주고 자기 바지를 걷어 올린 바보. 그때 딸들은 기뻐서 울고 나는 슬퍼서 노랠 불렀지.” 노쇠한 왕, 리어는 세 딸에게 왕국을 나누어 주기로 하고 누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지 묻는다. 마음에 없는 말로 아버지의 환심을 산 거너릴과 리건은 제 몫의 재산을 물려받고 말로 다할 수 없는 사랑에 차라리 입을 다문 막내딸 코딜리어는 왕의 기대를 저버려 추방당한다. 리어는 자신의 우매함으로 한 순간에 사랑하는 막내딸과의 연을 끊고, 믿었던 두 딸에게 배신 당해 폭풍우 치는 황야로 쫓겨난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인간은 저렇게 불쌍한 두 발 달린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 벗자, 벗어, 벗어. 이 단추를 풀어라.” 리어는 모든 것을 잃고 미쳐가며 광야를 헤맨다.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우릴 떼어놓을 수 있는 건 오직 신만이 하실 수 있는 일. 눈물을 닦자. 좋은 시절이 와 이들의 살과 뼈를 집어 삼킬 때까지는 울지 말자.”

 명동예술극장은 오는 16일부터 올해 첫 제작 공연 <리어왕>을 무대에 올린다.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최고봉이라 불리는 <리어왕>은 르네상스 말 혼란기를 살았던 작가의 고민과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1994년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작품상, 2013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윤광진씨가 연출을 맡았다.

  차갑게 비워낸 사각의 무대를 온 몸으로 버텨내는 배우들을 통해 <리어왕>은 가족관계의 가장 어두운 상처를 건드리는 비극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이번 <리어왕>에서는 실력파 배우 장두이가 '리어'로 열연한다. 장두이는 국내 배우 가운데 드물게 세계적인 연출가 그로토프스키(Grotowski, Jerjy), 피터 브룩(Peter Brook)과 함께 작업한 경험으로 연극적인 세계를 넓혔으며, 연기뿐 아니라 무용수, 영화배우, 시인, 극작가, 그리고 연출가로서 활약해왔다.

 윤광진 연출은 "<아메리칸 환갑>으로 배우와 함께 작업한 경험을 통해 처음부터 ‘리어’ 역으로 장두이를 점 찍었다"면서 “고전적인 대사들을 소화할 수있는 역량은 물론이고, 배우의 지적 감성과 인간적인 모습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인간 한계를 벗어나는 에너지를 쏟아 붓는 ‘리어’는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밝혔다.

 배우로서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것’ 만큼 어려운 작업으로 평가 받는 ‘리어’ 역할은 이언 맥킬런, 사이먼 러셀 빌, 이낙훈, 유인촌 등 당대 최고의 배우만이 도전해 언제나 화제가 되었다. 스탈린을 연상케하는 근대 독재자로 가죽점퍼를 입고 등장하는 리어에서부터, 변덕이 매우 심하여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리어, 코믹할 정도로 미쳐버린 리어까지 개성 있는 다양한 리어들이 각국 무대에 서고 있다.

윤광진 연출은 “리어왕은 관객들을 재미있게만 해주는, 즉 관객들에게 아부하는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은
쇠퇴해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공연은 5월 10일까지.입 장 권 R 5만원 | S 3만5천원 | A 2만원.1644-2003.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시적 표현의 탁월함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주제 면에서도 4대 비극 가운데 가장 심오하고 진지한 세계를 그려 ‘셰익스피어 비극의 정수’로 꼽힌다. <리어왕>은 영국의 레어왕(King Leir) 전설을 바탕으로 하여 셰익스피어가 1605년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리어왕>은 인간 본성에 대한 탐색에서부터 빈부격차, 세대문제, 노인문제, 법과 제도의 무용 등, 가정과 국가, 그리고 자연과 운명의 차원에 이르는 인간사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집약되어, 총체극이자 완전극으로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영국의 유명한 연출가 데보라 워너가 ‘<리어왕>은 인간 감정에 관한 완벽한 백과사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작품은 인간본성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탐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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