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가동…선거구 재획정 놓고 정치권 ‘수 싸움’ 치열

2015-03-23 00:30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조문식 기자 =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책임지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지난 18일 첫 전체회의에서 위원장 및 여야 간사를 선임하고 가동되면서 선거구 재획정에 대한 정치권의 치열한 수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개특위가 이번에 내놓을 개편안은 연말 정기국회에서 최종 확정돼 내년 4월에 치르는 20대 총선부터 적용된다.

이처럼 오는 8월 말까지 선거구 재획정과 함께 권역별 비례대표제 및 석패율제 도입 등과 같은 선거제도 전반을 다루게 되는 이번 정개특위는 향후 한국 정치 지형 변화와도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현행 246개 선거구 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상한 인구수 초과 선거구가 전국 37곳 중 24곳으로 가장 많다. 반면 하한 인구수 미달 선거구 25곳 중 대부분인 23곳이 수도권 이외 지역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선거구 간 인구 편차 변경’

선거구 재획정은 지난해 10월 헌재가 현행 선거구 획정을 다룬 공직선거법 제25조2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헌재는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고 입법 기준까지 제시했다. 이와 관련, 도시와 농어촌 간 인구 격차로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유권자의 3배나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이는 인구가 많은 지역(대도시, 수도권 등)의 국회의원은 늘어나고, 그만큼의 농어촌지역 의원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헌재가 제시한 인구 편차를 단순 대입하면 수도권 의석 수는 늘지만 농촌지역 의석 수는 두 자릿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구 246곳 가운데 인구 편차 2배 상한선에 미달하는 선거구는 25곳이다.

이 중 19곳이 도농복합도시거나 순수 농촌이어서 헌재가 결정한 인구 편차를 현행 선거제도에 단순 대입하면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의석 수가 30개가량 줄어든다는 의미다. 또 인구가 많은 일부 대도시에서 국회의원 5명 나올 때 농어촌의 5~6개 지역을 엮어 1명의 국회의원이 나오는 상황까지 고려할 수 있다. 선관위가 제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까지 고려하면 농어촌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현행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이며, 이 가운데 지역구와 비례대표는 각각 246명과 54명이다. 선관위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1로 재설정해 지역구 의원을 200명 선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명 안팎으로 늘리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헌재 판결이나 선관위 제시안은 단순히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대한민국 국회 [남궁진웅 timeid]



◆하한 인구수 미달 25곳 중 23곳이 수도권 이외 지역

먼저 서울(이하 의석, 48)·경기(52)·인천(12)의 경우 서울 3곳(은평을, 강남갑, 강서갑), 경기 16곳(수원갑, 수원을, 수원정, 용인갑, 용인을, 용인병, 고양일산동구, 고양일산서구, 남양주갑, 남양주을, 성남분당갑, 화성을, 군포, 김포, 광주, 양주·동두천), 인천 5곳(남동갑, 부평갑, 부평을, 연수, 서구강화갑)이 상한 인구수 초과 선거구다. 서울의 성동을, 중구는 하한 인구수 미달 선거구로 볼 수 있다.

영남권인 대구(12)·경북(15)·부산(18)·경남(16)·울산(6)의 경우 대구 1곳(북구을), 경북 1곳(경산·청도), 부산 1곳(해운대·기장갑), 경남 2곳(김해을, 양산)이 상한 인구수 초과 선거구다. 반면 대구 1곳(동구갑), 경북 6곳(영천, 상주, 문경·예천, 군위·의성·청송, 영주, 김천), 부산 2곳(서구, 영도)이 하한 인구수 미달 선거구다.

호남권인 광주(8)·전남(11)·전북(11)은 광주 1곳(북구을), 전남 1곳(순천·곡성), 전북 2곳(전주·덕진, 군산)이 상한 인구수 초과 선거구다. 이어 광주 1곳(동구), 전남 3곳(여수갑, 고흥·보성, 무안·신안), 전북 4곳(진안·무주·장수·임실, 남원·순창, 정읍, 고창·부안)은 하한 인구수 미달 선거구다.

강원(9)의 경우 홍천·횡성, 철원·화천·양구·인제 등 2곳이 하한 인구수 미달선거구이다. 충청권인 대전(6)·세종(1)·충남(10)·충북(8)에서는 대전 1곳(유성), 충남 3곳(천안갑, 천안을, 아산) 등이 상한 인구수 초과 선거구다. 또 세종시와 충남 2곳(부여·청양, 공주), 충북 1곳(보은·옥천·영동) 등이 하한 인구수 미달 선거구로 조정 대상 예상 선거구에 해당한다.

 

[대한민국 국회/ 조문식 기자 cho@]



◆“지역 대표성 반영 안돼”…의원들 관련 법안 발의도

제19대 국회에서 17개 지역은 3개 이상의 시·군을 1개 선거구로 한다. 이 중 6곳은 4개 시·군이 국회의원 한 명을 선출하기도 한다. 1개의 기초지자체에서 국회의원 4명이 나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원 간 행정 편차가 최대 16배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헌재 판결을 그대로 따르면 행정 편차는 25~30배로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 11명(황영철, 이윤석, 김춘진, 장윤석, 이철우, 이한성, 한기호, 강동원, 김승남, 김종태, 박덕흠)으로 구성된 ‘농어촌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모임’은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헌재 결정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헌법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모임의 양당 간사는 새누리당 황영철·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이 맡고 있다.

또 선거구 재획정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자는 의미를 담은 법안들도 여야를 떠나 속속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은 지난 1월 19일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1개 국회의원 지역구는 인구와 관계없이 최다 3개의 자치구·시·군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장 의원은 “국회의원 1인이 대표하는 행정구역의 편차는 최대 20대1에 이르고 있다”며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행정구역 편차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은 지난 10일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유권자의 의사에 따라 주민등록지나 등록기준지(고향)를 선택해 해당 선거구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황 의원은 “현행법은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선거권자만 해당 선거구에서 투표할 수 있어 유권자 본인의 선택에 따라 주민등록지 또는 등록기준지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