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77주년…"청과물 팔던 삼성상회부터 글로벌 브랜드 가치2위 기업까지"

2015-03-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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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모태가된 삼성상회 모습 [사진제공=삼성]


아주경제 박재홍·박현준 기자 = 지난 22일은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가 설립된지 7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38년 설립된 무역회사 ‘삼성상회’는 삼성의 창업주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1938년 3월 1일 대구 서문시장 근처인 수동(현 중구 인교동)의 지상 4층, 지하 1층의 목조 건물에 자본금 3만원으로 설립한 무역회사다. 삼성이라는 상호를 택한 이유는 3은 ‘큰 것, 많은 것, 강한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숫자이며 성(星, 별)은 밝고 높으며 깨끗이 빛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이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밝혔다.
이후 삼성은 1988년 그룹 창립 55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창립기념일을 3월 22일로 변경했다.

◆청과물 수출부터 대기업까지

삼성상회는 대구 근교에서 수집한 청과물과 포항 등지에서 가져온 건어물을 중국과 만주에 수출했으며 무역업 외에도 제분기와 제면기를 설치해 국수 제조도 했다. 이후 이 회장은 대구에서 하던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1948년 서울에서 삼성물산공사를 차렸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용산·인천에 있던 삼성물산공사의 보세창고가 전쟁의 포연 속에 사라져 이 회장은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피난을 갔다. 이 회장은 대구의 삼성상회를 맡겼던 이들이 그간 번 돈 3억 원을 내놓으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회장은 부산에 삼성물산 주식회사를 세우며 새롭게 출발했고 이후 1953년에 설탕을 만드는 제일제당을, 이듬해 제일모직을 설립하며 기업가로 승승장구했지만 1966년 9월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지면서 시련을 맞는다. 이 사건으로 이 회장은 한국비료공업주식회사를 국가에 내놓고 경영에서 손을 떼기에 이른다. 이후 1년3개월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 회장은 전자산업에서 미래를 찾았다.

◆전자로 성장동력 전환…2010년 ‘갤럭시 S’ 등장

미래 성장 분야로 전자산업을 꼽은 이 회장은 1969년 1월 삼성전자공업을 설립한다. 이 회사는 1984년 2월 지금의 삼성전자로 상호를 변경한다. 1974년 삼성은 한국반도체의 50% 지분을 인수하며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고 1983년 12월 64K D램의 생산·조립·검사까지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삼성은 당시 미국·일본에 비해 10년 이상 뒤졌던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을 4년 정도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1984년에는 삼성반도체 기흥 공장이 완성됐으며 1993년 6월에는 세계 D램 업계 최초로 8인치 양산라인을 준공하기에 이른다.

이 회장에 이어 삼성을 이끈 이건희 회장은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갖는 시대가 온다’며 휴대폰 사업을 강화하라고 1990년대 초에 지시했다. 기술력·브랜드에서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는 1995년 ‘한국지형에 강하다. 애니콜!’이라는 광고를 시작했고 모토로라를 넘어서며 국내 휴대폰 시장 1위로 올라섰다.

그 사이 삼성은 또 한번의 위기를 맞는다. 2007년 삼성의 법무팀장으로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드러난 이른바 '삼성특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3월 3년만에 경영에 복귀하기도 했다. 3년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강력한 스마트폰을 만들 것을 주문했고 2010년 6월 삼성전자의 첫 스마트폰 ‘갤럭시 S’가 세상에 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1위 노키아를 추격하며 경쟁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휴대폰 시장을 양분하던 중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휴대폰 시장은 지각 변동이 일어난 직후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제공=삼성전자]



◆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이재용 시대의 과제

갤럭시S 시리즈 부터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을 본격적으로 늘려나가기 시작한 시기도 이 때 부터다. 이 전까지 D램 반도체에 국한됐던 삼성의 '월드 베스트' 제품은 2014년 기준으로 평면TV, 스마트폰, 냉장고 등 열 손가락에 꼽기도 힘들 정도로 많아졌다.

2010년 갤럭시S가 출시된 이후 삼성전자의 매출 신장세도 급격하게 높아졌다. 2010년 154조원를 기록한 매출은 2011년 165조원, 2012년 201조원, 2013년 228조원으로 불과 4년만에 50%가까이 성장했다.

최근 영국의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애플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명실공히 글로벌 톱 브랜드로 성장한 삼성의 향후 과제는 이 같은 성장세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이냐다. 스마트폰만으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을 뿐더러 중국의 기업들도 삼성이 그래왔던 것 처럼 무서운 속도로 뒤를 쫒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이을 장남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게 될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 동안 최소한의 행보를 이어왔던 이 부회장은 최근 조금씩 적극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국내외 기업들을 인수하며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한 기술력 확보에 나서는가 하면 방위사업체인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하는 빅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청과물을 판매하던 삼성상회에서 이병철, 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오며 글로벌 브랜드가치 2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제 '이재용 시대'를 앞두고 있는 삼성 앞에 놓여있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삼성그룹은 대외 사업여건의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 그룹의 비상경영에 체제 돌입한 상황을 반영해 창립기념일에 맟춘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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