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부모님 같은 분이 동행해주시니깐 어두운 귀갓길에도 안심이 돼요”(대학생 천모씨)
서울시가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사업을 진행한 지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들었다. 사업은 초기 미미한 이용률로 실효성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치구 곳곳에서 많은 여성들이 이용하는 추세다. 특히 대학가나 원룸이 밀집한 지역에는 이용자가 더욱 많은 편이다.
스카우트는 2인1조로 구성됐다. 원룸이 밀집한 서대문구 대신동은 전병근(여·64)씨와 고민정(여·50대)씨가 담당했다. 스카우터들의 관할지역은 이들의 거주지 중심으로 배치된다.
특히 서대문구의 스카우트는 모두 여성으로 구성됐다. 스카우트 전씨는 “남성스카우트보다 여성스카우트가 여자에게 더욱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카우트는 20여분을 걸어서 이화여대부속고등학교 입구 부근에 도착했다. 오후 10시 30분께 고등학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었다. 10분쯤 지나자 이내 주위는 조용해졌다.
스카우트 전씨는 “학생들이 하교할 땐 여성들이 안심귀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지만 11시가 넘어가면서 신청비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막 11시가 되자 첫 번째 이용자가 생겼다. 여대생 이모씨(여·24)는 스카우트의 동행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안심귀가 서비스는 전화로 미리 신청하기도 하지만 즉시 이용도 가능하다.
스카우트들은 여대생이 어색하지 않게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친근하게 이동했다. 스카우트의 임무는 단지 집 앞에 배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대생이 집으로 들어간 뒷모습을 확인한 뒤 일지를 기록하고 상황실에 보고를 마쳐야 임무가 완료된다.
안심귀가 서비스를 이용한 이모씨는 “어두운 귀갓길에 스카우트 분들이 동행 해주는 건 매우 감사하다”며 “어머니 같은 분들이 추운 날 높은 언덕길을 걷게 해 죄송한 마음도 든다”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스카우트들이 근무지로 돌아가는 동안에 바로 서비스를 신청하는 여대생도 있었다. 스카우트는 발걸음을 돌려 비슷한 방향으로 다시 배웅한 뒤 같은 절차를 거쳐 임무를 완료했다.
스카우트 고씨는 “많이 동행하는 날은 10명 가까이 하기도 한다”며 “최근 안심귀가스카우트도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용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밤 11시부터 12시 30분까지 6명의 이용자가 몰렸다. 이중에는 작년부터 꾸준히 이용한 여학생도 있었다. 특히 스카우트 전씨는 안심귀가 사업 1기부터 활동한 탓에 일부 여대생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대학생 유모씨(여·24살)는 “안심귀가 스카우트의 이용은 작년에도 두세 번 한 적이 있다”라며 “보통 12시에 도서관에서 나오는데 스카우트와 동행을 하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스카우트는 7명과 동행하며 안심귀가를 도왔다. 마지막 신청자 박모씨는 “안심귀가를 돕는 스카우트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스카우트들은 치안센터로 복귀한 뒤 동행했던 여성들의 시간과 동선을 상황실에 보고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스카우트 전씨는 “이용자의 수를 떠나서 경광봉을 들고 지역순찰을 도는 것만으로도 치안유지의 효과가 있다”라며 “1기 활동 때 바래다 준 여학생들을 다시 만나 그들이 고마움을 표시할 때가 가장 보람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