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부부 “정부 대신 우리라도”…그리스에 ‘전쟁배상금’ 100만원 건네

2015-03-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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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나플리오 시 방문해 “독일인 1인당 그리스에 100만원 빚지고 있어”

그리스 나플리오 시장을 찾아 전쟁배상금 875유로를 건넨 독일 부부[사진=그리스 지역 매체 그릭 리포터(greek reporter) 기사화면 캡쳐]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한 독일 부부가 그리스 시장 집무실을 찾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한 피해 배상이라며 875 유로(약 104만원)를 건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항구도시 나플리오시 드미트리스 코추로스 시장은 “독일 부부가 어제(18일) 아침 내 사무실에 찾아와 (배상을 거부하는 독일) 정부를 대신해 배상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이들은 나플리오가 19세기 그리스의 첫 수도였기 때문에 이곳을 택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어 “그들은 계산을 해보더니 독일 국민 1명당 875 유로를 그리스에 빚지고 있다면서 그 금액의 수표를 써주고 갔다”고 설명했다. 부부에게 받은 돈은 지역 자선단체에 기부됐다.

그리스 현지 지역 방송은 이 부부의 이름이 루드비그 자카로와 니나 라흐게라고 전했다. 자카로와는 은퇴했고 라흐게는 주 30시간을 일하고 있어 그들이 두 사람 몫의 배상금을 낼 형편이 아니라고 언론은 보도했다.

부부는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정부가 그리스에 보여주고 있는 오만한 태도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독일의 전쟁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독일 부부의 이 같은 행동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그리스 정부와 독일 정부 간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스 구제금융 재협상을 둘러싸고 세우고 있는 양국의 대립각이 2차 세계대전 전쟁 배상 문제로 번진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오랫동안 2차 세계대전 배상금에 대해 독일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독일은 전쟁 배상금을 갚을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고 이어 그리스 의회는 배상 청구 추진을 결의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이미 70년이 지난 일이며 그리스 피해 배상은 과거에 해결된 사안”이라며 추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60년 당시 서독이 그리스에 1억1500만 마르크를 제공한 것으로 피해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주장이다.

한편 일각에선 그리스가 ‘전쟁 피해 배상금’ 문제를 구제금융 재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리스가 독일로부터 추가로 받아야 할 배상금이 그리스 정부가 진 빚의 절반이 넘는 1620억 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리스는 자국의 연간 경제생산의 약 175%의 금액을 부채로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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