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 “‘착하지 않은 여자’로 잊고 살던 연기 열정 살아났죠”(종합)

2015-03-1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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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KBS]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아직도 선명하다. 2009년 KBS2 드라마 ‘천추태후’에서 화면을 뚫을 듯 매서운 눈빛이. 그런 그가 뽀글머리로 사고뭉치 천덕꾸러기를 연기하니 단박에 강력한 경쟁작 MBC ‘킬미, 힐미’를 물리치고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대중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열광했다.

“집에서 남편(김태욱)이 나보고 ‘허당기 있다’고 해요. 요리도 척척 해내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늘 하나가 부족해요. 무슨 일을 하든 꼭 하나씩 빼먹거든요.”

KBS2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날 것을 연기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는 채시라는 고등학교 자퇴하고 도박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긴 김현숙을 연기 중이다. 집 재산을 불려 보겠다고 집을 팔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돈을 다 날려 먹는 대책 없는 캐릭터다.

“남편이 일상 속의 저를 보고는 ‘너는 시트콤이 딱’이라고 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하지만 이제 시트콤 시장이 많이 줄었잖아요. ‘안 되나 보다’ 했는데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만났어요. 대중이 생각하는 저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연기를 하는 것이 짜릿해요. 시청자도 그래서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사진 제공=KBS]

김현숙은 모두에 무시를 당한다. 아나운서로 잘 나가는 언니 밑에 가려져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남편과 자식에 인생을 걸었는데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 이 세대 ‘엄마’의 전형이다. 채시라도 그렇다. 그도 두 딸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다.

“딸 역할로 나오는 이하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안나 연기하지 힘들지 않으냐고요? 아니요. 엄마로서 정말 공감돼요. 큰딸이 중 2인데 하나와 키부터 해서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아요. 하나가 극 중에서 엄마를 많이 무시하잖아요? 우리 딸도 크면 저렇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속상해요. 그래서 내가 뭘 하든 어떻게 되는 내 만족을 찾아야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똑” 소리 나는 그의 연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2012년 SBS 드라마 ‘다섯 손가락’ 이후 3년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KBS2 육아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래이션이 유일하게 그를 느낄 수 있는 창구였다.

“애들 키우는 재미에 빠지다 보니 연기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가슴을 뛰게 만드는 작품도 없었고요. 그런데 ‘착하지 않은 여자들’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잊고 있었던 연기 열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라고요. 날것의 나를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구제불능 현숙을 통해 ‘날것의 나’를 보여준다니? 채시라는 현숙과 자신이 닮았고, 그래서 더 공감한다고 했다. “물론 현숙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았지만 어려움도 겪었고 그걸 견디고 참는 방법도 배우면서 자랐어요.”

채시라에게 이런 면이 있었을까? 놀라다가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연기하는 그의 묘기 같은 연기에 감탄이 나온다. 정작 본인은 “김인영 작가가 나를 마음껏 놀 수 있게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작가 덕으로 돌렸다.

“이전에는 커다란 마트를 운영했다면 이제는 아기자기한 구멍가게를 하는 것 같달까? 화려하고 크진 않지만 반대로 더 풍부한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아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 작가가 섭외할 때 놀 수 있는 운동장이 돼 주겠다고 했는데 정말 즐기면서 찍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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