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생체 속 암 전이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는데 필요한 다공성 나노멤브레인을 개발해 암 전이 과정의 다양한 현상을 분석하고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다공성 나노멤브레인이란 특정물질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수많은 구멍을 가진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막이다.
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사망원인 중 하나로, 암 환자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암으로 인한 사망원인은 단순한 종양의 성장보다는 90%가 재발 또는 전이에 의해 일어난다. 실제로 암 환자의 생존률은 66.3%이지만, 암 전이 환자의 생존률은 18.7%에 불과하다.
따라서 암 전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암 전이 과정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생체 내 세포 간에 주고받는 신호물질 등을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세포 공배양용 멤브레인은 두께가 두껍고(10마이크로미터) 기공의 수가 적어 생체 속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연구팀은 생체 친화적인 고분자(셀룰로즈 계열)를 주재료로, 두께가 얇으면서도(500나노미터) 세포 간 신호물질이 잘 통과되도록 기공이 많은 나노멤브레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논문제목처럼 Transparent(투명성), Nano-porous(나노 다공성) 및 Transferable(여러 층의 탈부착 용이)한 특성을 감안해 이 나노멤브레인을 TNT 멤브레인으로 명명했다.
특히 이 나노멤브레인은 저렴하면서도 공정이 간단하고, 투명하면서도 흡․탈착이 쉬워 체내․외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용매의 종류와 용액의 농도 조절을 통해 기공의 크기와 멤브레인의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응용가치가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TNT 나노멤브레인을 이용해 암세포가 전이되는 과정에서 주변 이웃세포들과 주고받는 주요 신호전달물질(RANTES, EGF, VEGF)을 밝혀내면서 암 전이 연구와 치료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실현할 수 없었던 3종류 이상의 다른 세포주가 공존할 때 나타나는 신호체계를 분석하고, 같은 암전이세포라도 주변 이웃세포의 종류에 따라 다른 신호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TNT 멤브레인을 손쉽게 조작해 암전이세포와 주변 이웃세포들 간에 신호전달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차국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전이 현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뿐만 아니라 예방과 치료를 위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또 공동 교신저자인 남좌민 교수는 “TNT 나노멤브레인 개발기술은 암 전이세포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신경세포와 같은 다른 중요한 세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서, 향후 암치료와 암세포 성장억제를 위한 새로운 표적물질을 찾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