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팔라완)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낮 최고 기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최근 필리핀에서 새롭게 휴양지로 부상하고 있는 팔라완에 위치한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은 넘치는 관광객과 달리 초라하다. 검색대도 없고 하루 종일 오가는 비행기도 10편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공항이다.
이 작은 공항이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며 체증을 빚고 있다. 급기야 필리핀은 프린세사 공항 이용자가 매년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공항 확장공사를 계획했다. 하지만 확장공사에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금호산업과 GS건설은 내년 말 프린세사 공항 개선사업을 완료한다. 이미 각 구역 정비가 끝났고 골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규진 인천국제공항공사 해외사업단 푸에르토 프린세사 사업단장은 “이번 개선 사업으로 증가하는 항공수요에 대응하고 팔라완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EDCF를 통해 한국의 기술과 경험이 필리핀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프린세사 공항 뿐만 아니라 필리핀은 7000여개 섬으로 구성된 국가인 만큼 공항개선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항공 의존도는 높지만 운용중인 공항은 85곳에 불과한 것도 공항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특히 최근 필리핀 정부가 본격적인 관광지 개발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EDCF 사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창조경제의 한 축인 고부가가치 항공산업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필리핀 인근 국가 진출 교두보 마련 차원에서 필리핀 공항사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계획 중이다.
오용근 한국수출입은행 마닐라사무소장은 “필리핀 정부는 오는 2016년까지 필리핀 개발계획에 따라 인프라 확충,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 10대 분야를 우선 개발하고 있다”며 “EDCF 지원도 교통부문이 금액기준으로 5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필리핀 EDCF 사업은 아시아 국가에서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 사업 2단계를 EDCF로 구매 입찰 중이다. 이 사업은 총 2억700만 달러가 소요되는 대규모 공사로 우리 EDCF 전체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필리핀 동·서를 잇는 산업도로(GSO) 역시 EDCF 차관(약 2800만 달러)을 통해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이 지역은 물동량이 늘고 있지만 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상시 침수 구역이 많아 이동이 수월하지 않았다.
GSO 사업은 공항 공사와 달리 도로 확장에 우리 기술이 도입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필리핀 팜팡가주 및 바탄주를 연결하는 이번 확장공사가 완료되면 중부 루손지역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한 서영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이 지역은 매년 우기 때 상습 침수지역으로 물이 범람해 도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도로 확장과 우회도로 건설, 교량 신설 등으로 우리나라 토목·건축 기업의 필리핀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EDCF는 개도국 경제·사회 인프라건설을 지원 차원에서 장기저리차관(증여성 차관)을 제공하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EDCF를 통한 대개도국 증여성 차관지원은 무상협력과 함께 공적개발원조(ODA)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장기는 25~40년 만기, 저리는 0.01~2.5%로 차관을 개도국에 제공하며 운영주체는 기획재정부다. 수출입은행은 위탁을 받아 EDCF 운영 실무를 대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7년 공여국으로 전환 이후 EDCF가 설립돼 지난해 말까지 52개국 337개 프로젝트 약 11조5965억원을 승인했다. 필리핀은 약 7억42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