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참여 시 '한미 관계 우려' 불참 시 '한중 관계 악화'

2015-03-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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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 "경제적 실익 고려해 신중하고 전략적인 결정 필요"

[사진= 아주경제 그래픽]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여부를 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참여 시 한미 관계가 우려되고 불참한다면 반대로 한중 관계 악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IB 가입 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방어하기 위한 수단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도 연관이 있어 한국은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을 맞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류젠차오(劉建超)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지난 16일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를 만난 데 이어 17일에는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이 차관보와 이 문제를 논의하는 등 중국과 미국은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AIIB 가입 여부에 대해 경제적 실익을 고려해 신중하고 전략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국익에 근거해 이달 내로 AIIB 가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우선 한국이 AIIB에 가입하면 중국과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이어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양국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AIIB 가입은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AIIB를 통한 아시아 신흥국 인프라 건설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AIIB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할 수 있도록 자금 등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다. 한국이 가입하게 되면 아시아 개도국의 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 등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기회가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AIIB에 가입하면 전반적으로 한·중 경제협력에 도움이 되고 아시아 개도국의 인프라 사업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우려에 대해 AIIB 가입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AIIB 내 중국에 대한 견제 등을 들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고 미국 내에서도 미국이 AIIB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어 미국에 대한 설득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커지는 중국의 시장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가입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미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고 북한 문제 해결하는데 중국의 영향력 외면할 수 없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현재 한국이 수동적이어서 '샌드위치' 처지에 놓였다"면서 "능동적이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고 조언했다.

AIIB 가입에 따른 손실도 있다.

가장 큰 우려되는 부분이 미국과의 관계 악화다. 미국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AIIB에 가입하게 되면 미국과 협력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AIIB 추진을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자국이 주도하는 세계 금융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에 종속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AIIB의 회원국이 늘어나면 자국의 지분이 5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대 지분 국가가 될 수밖에 없어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지분을 많이 확보하려면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입을 하려면 우리의 지분을 최대한 받아내고 중국 지분을 낮추면서 한국이 실질적으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중국의 의사결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AIIB에 가입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관계 훼손을 막을 수 있지만 역으로 중국과 관계는 악화될 수 있다.

성태윤 교수는 "가입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인 불이익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가입하지 않아도 AIIB가 주도하는 사업에 한국 기업을 빼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 않지만 정치·외교적 부담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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