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선 지시 여부는 승객들에 대한 살인 유·무죄 판단의 근거가 되는 핵심 쟁점이다.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15명, 기름 유출과 관련해 기소된 청해진해운에 대한 항소심 3회 공판을 열었다.
이준석 선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해경정이 보인다고 누군가 소리를 질러 2등 항해사에게 '안내소(안내데스크)나 사무장에 퇴선방송을 하도록 하라'고 말했다"며 승객 퇴선을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1등 항해사 강모씨와 2등 항해사 김모씨도 각각 피고인 신문에서 "선장이 퇴선방송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후 상황 진술내용은 일부 엇갈렸다.
이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세월호 승객 A씨는 조타실로부터 퇴선을 지시하는 무전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화물차 기사인 A씨는 3층 안내데스크에서 고(故) 박지영씨 등 사무부 승무원 2명과 함께 있었고 박씨 등에게 조타실에 연락해보라고 요구해 지속적으로 연락했지만, 조타실로부터 어떤 응답도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화상을 입은 상태에서 가까스로 배에서 나와 해경 보트까지 헤엄쳐 갔는데 승무원들이 이미 (구조돼)거기에 있더라"고 울분을 토했다. 방청석에서는 승무원들을 향한 욕설이 흘러나왔다.
검찰은 또 세월호 침몰 당시 목포해경 123정에서 촬영된 휴대전화 영상의 음질 개선 작업을 통해 승무원들의 탈출 시점에도 선내에서 대기 방송이 나온 사실을 부각했다.
지난해 4월16일 오전 9시 45분 37초~51초에 촬영된 영상에는 승무원 2명이 조타실 좌측 출입문에 모여 있는 다른 승무원들이 내려오기 편하도록 고무 호스를 건네주는 장면이 찍혔다.
세월호 외부 스피커를 통해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시고…"라는 선내방송이 흘러나온 것도 녹음됐다.
검사는 "9시 37분 이전 이 선장이 안내데스크에 퇴선 명령을 전달하도록 2등 항해사에게 지시했고 항해사는 무전으로 전했다고 일부 피고인은 주장하지만 명백한 허위"라며 "승무원들이 퇴선하는 동안 승객 대기 방송을 듣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그 근거"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또 "세월호가 기울고 난 이후 퇴선방송 외에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가 있냐"고 묻자 이 선장은 "뗏목을 투하하라고 한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이 다시 이같은 조치를 직접 지시했는지 아니면 선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인지 묻자 이 선장은 "제가 지시해서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