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양회 기자회견 나선 중국의 장관들

2015-03-09 12:43
  • 글자크기 설정

전인대 기간 외교부장, 재정부장, 상무부장, 환경부장, 교통부장 등 기자회견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에서는 올해 최대 정치행사로 불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한창이다. 지난 3일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5일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각각 개막했다.

양회 하이라이트는 단연 5일 진행됐던 총리의 전인대 공작보고와 15일 전인대 폐막후 곧바로 열릴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이다. 전인대는 국무원이 올해 예산안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는 자리다. 때문에 총리가 직접 나서서 2900명의 인민대표들과 중국 인민들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하고, 국정 성과를 홍보한다. 총리의 공작보고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큰 물줄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양회기간동안 국무원 각 부 부장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각 부의 정책성과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중국 국무원에는 25명의 부장(장관급 주임, 위원장 포함)이 있다. 이들이 나서서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기는 드문 일이다. 보통 각 부의 대변인이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부장들은 좀체로 나서지 않는다.

각 부 부장들은 양회 동안에만 예산안처리를 매개로 생중계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인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고민과 비전을 더욱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번 양회에서는 왕이(王毅) 외교부장,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 천지닝(陳吉寧) 환경부장, 양촨탕(楊傳堂) 교통부장의 기자회견이 주목을 받았다.

 

기자회견에서 답하고 있는 왕이 외교부장.[사진=신화사]


◆G2 외교수장의 거침없는 발언

주요 2개국(G2)으로서 미국과 함께 신형대국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국의 외교부 최고 수장인 왕이 부장은 8일 기자회견에 나섰다.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에 이어 중국내 외교관 서열 2위인 왕이 부장은 굴기하는 중국의 국력을 반영하듯, 내외신 기자들의 곤혹스러울 수 있는 질문에 시종일관 당당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북한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양측의 편리한 시기가 언제인지 봐야 한다"며 "중·북 관계는 기초가 매우 튼튼하기 때문에 특정 시기와 개별적인 일에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되며 받을 수도 없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으로 과거에 비해 회담 성사에 적극적인 뉘앙스다. 그만큼 동북아를 둘러싸고 북한의 가치가 높아졌음을 반영한다.

일본문제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70년 전 일본은 전쟁에서 졌고 70년 후 일본은 양심마저 버려서는 안 된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역사의 부채를 계속 지고 갈 것인지 과거를 과감히 끊을 것인지는 일본의 선택에 달렸다"고 일갈했다. 그는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망각할수록 피해자는 과거 상처를 되새기게 된다"는 경고성 발언도 했다.

시진핑 주석의 오는 9월 방미에 대해서는 "중미 신형대국관계 건설에 새로운 동력을 주입하게 될 것"이라면서 "현미경으로 모든 사안을 들여다 보는 대신, 망원경을 들고 미래를 조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우리 섬에 필요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영유권 강화 행보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러우지웨이 재정부장.[사진=신화사]



◆3400조원 예산 주무르는 주룽지의 애제자

중국 재정부는 세수를 확충해 예산을 짜고, 자금을 집행하는 부서다. 올해 재정부가 전인대에 제출한 예산규모는 전년보다 10.6% 늘어난 17조1500억 위안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3400조 원. 우리나라 예산의 9배 가량이다.

2013년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거대한 정부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재정부장 자리에 중국내 최고의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러우지웨이를 임명했었다. 러우지웨이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발탁해 육성한 인물로, 주룽지 정부 시절 재정부 부부장을 지냈고, 이후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회장을 지냈다.

지난 6일 기자회견에 나선 러우지웨이는 시종일관 웃는 표정이면서도, 단호하고 자신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러우 부장은 "경기부양을 통해 고속성장을 이루는 식의 발전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적재적소에 미니부양책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환경보호 제품에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정책의 효과가 좋지 않다면 이를 곧 폐지할 것"이라며 "납세자의 돈을 허투로 낭비해서는 안된다"고 힘을 줬다.

지방정부 채무 문제에 대해서 그는 "2013년 심계서(감사원)가 조사한 바로는 직접 상환책임이 있는 지방채무는 10조9000억위안이었다"며 "현재 다시 지방부채 규모에 대한 실사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방부채는 전반적으로 컨트롤 가능한 범위에 있다"며 "부실채권 중 회생가능 한 것은 정부가 사회자본과 함께 인수할 수도 있고, 공익차원으로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저리의 대환으로 이자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가오후청 상무부장.[사진=신화사]



◆자유무역협정(FTA) 전문가 “한중일 FTA 박차”

한·중 FTA, 한·중·일 FTA를 추진하며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가오후청 상무부장은 무역 전문가다. 젊은시절 중국기계수출입총공사에서 무역업에 종사해 실무에도 밝다. 그는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시간을 FTA에 할애했다. 그는 "한·중 양국의 FTA는 지난 2월말 타결을 발표했으며 환경, 표준, 노동 등 새로운 문제 뿐아니라 무역, 투자, 금융, 통신, 인적교류 등에서 높은 수준으로 균형을 이뤘다"면서 "한·중 양국의 FTA가 올해 서명되면 이를 기초로 한·중·일 FTA를 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가오 부장은 올해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FTA 협상이 주요 업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또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유럽 등 지역·국가간 FTA 협상과 관련해서 일부는 연구단계에 있고 일부는 이미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통계가 정확하지 않지만 지난해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소비한 규모가 1조위안(약 170조원)을 이미 초과했다"며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의 해외소비를 지적했다. 그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주된 원인은 가격 차이로 본다"며 "중국에서 소비세 부과로 일부 제품 가격이 비싸고 유통비용과 과정이 중첩돼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며,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천지닝 환경보호부 부장.[사진=신화사]



◆스모그 전쟁의 새로운 장수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 총장에서 지난달 환경보호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천지닝은 7일 "총장 시절에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학생들 걱정이었는데 환경부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는 하늘을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해 장내 기자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날씨가 맑아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스모그가 끼는 날이면 불안해진다"고 허심탄회하게 토로했다.

중국인민들의 최대 불만사항인 스모그를 관장하는 부서의 부장인 만큼 질문은 온통 스모그에 집중됐다. 천지닝 부장은 12개의 질문에 무려 3시간을 들여 상세하게 정책을 설명했다. 환경공학 박사출신인 만큼 전문용어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모습이 이채로우면서 신뢰가 간다는 평가다.

천 부장은 중국 최고지도부가 대기오염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지난해에는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했음을 상기하면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1000만t에서 1만t 수준으로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중점 추진계획으로 ▲대기오염방지법 개정 ▲오염물질 배출 단속 강화 ▲과학적인 스모그 방지 ▲오염관련 정보 공개 등을 제시했다.

 

양촨탕 교통운수부 부장.[사진=신화사]



◆”부패 교통청장 무려 200명”

교통부는 2013년 3월 국무원 조직개편 당시 철도부를 흡수통합해 거대부처가 됐다. 철도부 흡수 통합은 2011년 류즈쥔(劉志軍) 철도부장의 부패사건 때문이었다. 류즈쥔의 부패상이 너무도 심각했고, 그 후폭풍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기에, 지난 5일 진행됐던 기자회견에서 양촨탕 교통부장은 반부패활동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양촨탕 부장은 "최근 몇년간 20여명의 지방정부 교통청장이 조사받았다"며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주된 원인은 교통청장 본인에게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통분야에서 부패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입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건설, 물류망 확충, 철도건설 등을 입찰할 때 주로 부패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법치와 덕치를 결합할 것을 주문했다. 세번째는 인민들의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해서 그는 "대기오염에서 자동차 배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1%"라며 "교통부문이 대기오염에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석유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운전습관을 개선하고 교통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녹색교통을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