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9일부터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 확대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AFP 보도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5일(현지시간)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어 “내주부터 2016년 9월까지 월 600억유로(약 72조9200억원)규모의 국채 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투자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ECB 예금금리(-0.2%)보다 금리가 낮은 국채는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위험이 낮아 금리가 높아진 독일 등의 국채는 문제없이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매입 대상에서 그리스 채권을 제외시켰다. 당분간 돈줄을 죄며 그리스가 약속한 개혁안 제대로 이행하도록 압박하는 조치다. 지난 달 4일 유로존과 ECB를 포함한 채권단은 그리스가 제출한 경제 개혁안을 바탕으로 구제금융을 4개월 더 지원하기로 합의 한 바 있다.
드라기 총재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에서 1.5%로, 2016년 경제성장률을 1.5%에서 1.9%로 상향 조정하는 등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플레이션은 올해 마이너스 수준에서 2017년에는 1.8%로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양적완화 종료 시점과 관련, “예정대로 내년 9월까지 진행하고 중기 물가 수준이 목표치인 2%대에 도달하거나 근접할 때까지 지속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했다. 물가상승률이 ECB의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ECB 발표가 전해지자 미 달러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파운드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1유로당 72.27펜스(1210원)에 거래돼, 2007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양적완화란 초저금리 상태에서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경제정책을 뜻한다. 기준금리를 조절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채권 등 자산을 매입해 통화량을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