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정부가 민간 영역인 기업들의 임금인상 문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재계를 압박한다는 것은 정부도 저물가가 경제 회복을 막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음을 시사해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예 노골적으로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간 7%대로 올렸다”며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저물가 상황이 이어져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장관은 강연 직후 만난 기자들에게도 “현재 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대를 넘어선다. 디플레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저물가의 장기화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로 0.5%를 기록했다. 지난 해 12월 0.8%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대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0.5%는 지난 1999년 7월 0.3% 이후 최저치다.
정부는 이번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급락한 것은 국제유가 하락 때문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지난 달 석유류 제품 가격은 24.3%나 급락했다. 그러나 장바구니 물가라 할 수 있는 신선식품 가격도 1.1%나 하락했다. 그나마 주류 및 담배 가격이 49.6%나 급등하지 않았으면, 즉 이번에 담배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지난 달 소비자 물가는 급락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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