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냉기류가 가시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바마 행정부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회 연설을 강행하려는 데다 이란 핵 협상을 강력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최대 친(親)이스라엘 조직 미·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차총회에 참석해 “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아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며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시간이 아직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과 이란이 진행 중인 핵 협상에 반발한 것이다.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10년 동안 제한하는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연례총회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존 케리 국무장관은 불참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 2013년 바이든 부통령, 2014년 케리 장관이 참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서 연설 초청을 받고 오바마 행정부와 사전 상의 없이 수락했다. 외교 관례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네타냐후는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을 무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서 “정치적으로 오해를 낳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 중 6명은 유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 중인 케리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경고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 협상의 특정 세부 사항들이 보도를 통해 조만간 공개될 수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 의회에서 이란과 이슬람의 위협이라는 주제로 연설하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