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오마하의 현인’의 믿음도 포스코의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주가는 철강업계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권오준 회장 취임으로 비수익 자산 매각, 솔루션 마케팅 확대를 통해 체질을 바꾸면서 실적도 개선되고 있지만, 포스코, 더 나아가 철강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지 않다.
2012년까지 연례서한에는 등재 기준이 ‘시장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 15개 종목을 올렸으나, 2013년부터 ‘시장 가치가 큰 기업 15개’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는 순위에 들지 못한 것이다.
버핏은 지난 2006년 서한에 포스코 주식 매입 사실을 공개했으며, 2012년까지 주식 수를 394만7555주로 늘렸다. 이는 포스코 전체유통주식의 5.1%에 해당해 국민연금공단(7.7%)에 이어 2대 주주의 위치에 올라있다. 이후 지분 변동 내역은 공개하지 않아 파악할 수 없지만, 지난해 권 회장에게 보낸 e메일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고 말해 여전히 포스코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문제는 ‘투자수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버핏이 포스코 주식에 대한 믿음을 향후에도 계속 보여줄 것이냐는 것이다. 버핏의 포스코 보유주식 수가 변함이 없다고 추정하고 2013년과 2014년말 종가 기준 주식시장 가치금액 달러화로 환산해 본 결과 2013년에는 11억8000만달러, 2014년에는 10억1700만달러였다. 2009년 20억9200만달러 이후 5년 연속 하락세다. 최고치였던 2007년으로 21억3600만달러와 비교하면 지난해 주식가치는 반토막 났으며, 처음으로 매입을 공개한 11억5800만달러보다도 낮아졌다. 버핏이 포스코 주식 매입에 투자한 7억6800만달러보다 높지만 차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포스코는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함께 전 세계 철강업체중 시가총액 순위 1, 2위를 경쟁하고 있으나 두 회사 모두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철강기업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철강업계의 관행이 바뀌지 않고 있다. 기업 가치의 하락은 곧 기업 사세의 하락과 연결된다.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반전시켜보려고 하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다. 이는 포스코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철강업계가 겪고 있는 공통 딜레마다.
최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제철소들로 인해 경쟁은 포화상태를 넘어섰지만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수요산업의 구매량은 제자리 또는 감소세다. 업계 차원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철강 생산량을 조절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대립되면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를 통해 ‘어게인 2005년(Again 2005)’를 강조했다. 2000년 민영화 이후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포스코는 2003년 21.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뒤 2005년에는 무려 27.3%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올려, 기술개발과 실적, 기업가치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철강사에 등극했다. 이듬해 버핏은 포스코 주식을 매입했다.
최고의 영광을 누린지 10년째가 되는 2015년. 권 회장의 포스코는 체질개선과 함께 올해 어떤 방식으로든지 시장의 믿음을 되찾아야 한다. 권 회장이 어떤 수완을 발휘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