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 10개사 중 6.5개사는 아직까지 올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했으며, 작년 수준 이상으로 뽑겠다는 기업도 2.4개사에 불과해 취업대란을 예고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중 상시 종업원 수 300명니 넘는 20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 결과에 따르면, 대상 기업 중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기업이 134개(64.7%)로 나타났다. ‘작년만큼 뽑겠다’는 기업은 37개(17.9%), ‘작년보다 더 뽑겠다’ 12개(5.8%), ‘작년보다 덜 뽑겠다’ 14개(6.8%)였으며, ‘한 명도 안 뽑겠다’는 기업도 10개(4.8%)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중복응답)는 ‘국내외 업종 경기 악화’(26.4%), ‘회사 내부 상황 악화’(23.6%), ‘정년연장으로 퇴직인원이 줄어 정원관리를 위해 신규채용 수요 감소’(23.6%), ‘통상임금 등 인건비 부담’(6.9%), ‘예년 채용 수준 유지’(4.2%) 등의 순이었다.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인원 중 이공계 선발 비중은 평균 59.2%로 조사돼 대기업에서 문과보다 이공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선발 비중이 높은 업종은 건설·에너지(74.3%), 공기업(73.3%), 제조업(66.7%) 등이었다. 문과생을 더 많이 뽑겠다는 업종은 도·소매업(77.5%), 운수업(66.7%) 등이었다.
신규채용 직원 중 여성 선발 비중이 평균 23.4%로 나타나 남성보다 여성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여성 선발 비율이 높은 업종은 운수업 43.3%, 정보서비스업 30.0%이었다.
최근 고용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자료(2015.1.22. 발표)에 따르면 ‘14년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로 나타났는데, 이번에 응답한 130개 대기업에는 만 54세 이상 장년 근로자가 평균 7.8%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8.8%과 근로자 수 3천명 이상의 기업 9.6%에서 장년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기업 중 10개 기업(4.8%)은 올해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하려는 이유는 ‘적자 누적 등 계속된 실적 악화’(6곳), ‘통상임금 등 인건비 상승’(4곳)을 꼽았다.
한편, 기업들은 53세경에 퇴직하던 근로자들이 내년부터 정년이 의무화되면 ‘60세까지 근무하려는 경우가 많아질 것’(62.8%), ‘지금보다 더 많은 명예퇴직금을 준다면 퇴직할 듯’(12.6%), ‘기존처럼 53세경에 퇴직할 듯’(10.6%)이라고 답했다.
60세까지 근무하게 될 장년 근로자들이 내년부터 수행할 업무는 ‘기존 업무 및 직책 유지’(53.1%), ‘전문분야에서 자문위원 등의 역할 수행’(21.3%), ‘후배들에게 보직을 넘기고 팀원으로 근무’(10.6%), ‘지원부서‧지점관리‧마케팅 업무 수행’(7.2%) 등으로 조사됐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국내외 경기부진,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 내년부터 시행되는 60세 정년 의무화 등으로 지난해보다 신입직원을 많이 뽑는다고 밝힌 대기업이 5.8%에 불과해 상반기 대졸 취업난이 심각해 보인다”며 “특히 대기업에서 이공계와 남성선호도가 높아 문과 출신 여성들의 취업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