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G화학 여수공장 가보니 "기술력으로 위기 넘는다"

2015-03-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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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8조원, 연간 900만톤 이상의 기초소재 생산하는 LG화학 대표 사업장

LG화학 여수 NCC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아주경제 (여수) 정치연 기자 =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 상승 등 외부 환경 악화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LG화학 여수공장도 이러한 외풍에 자유롭지는 못했다. 2014년은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했으며,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LG화학 여수공장은 외부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와 함께 생산성 향상, 원가 개선활동으로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약 290만㎡에 걸쳐 자리 잡은 LG화학 여수공장 찾았다. 2014년 기준 연간 매출 8조원을 기록하며 LG화학 전체 매출의 약 35%를 거둔 핵심 사업장이다.

LG화학 여수공장은 1976년 5000톤 규모의 PVC공장에서 시작해 지금은 연간 900만톤이 넘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허허벌판에 첫 삽을 뜬 1976년 이후 연평균 22%씩 성장해 1800여배 이상 생산규모가 늘어났으며, 지금도 그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NCC공장,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성 구축

여수국가산업단지 입구에서 약 20분간 차를 달려 도착한 LG화학 용성단지. 이 곳에는 LG화학이 생산하는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들의 시발점이 되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NCC공장은 원유를 분별증류해 나온 나프타를 들여와 800℃ 이상의 고온에서 열분해 과정을 거쳐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가 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17기의 분해로가 나란히 서 있는 거대한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분해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느껴졌지만, 분해로 내부가 800℃ 이상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정도였다. 분해로 안을 볼 수 있는 해치를 열자 시뻘건 불길이 분해로 안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불구불 설치된 파이프들을 달구고 있었다.

변용만 NCC공장 기술팀 부장은 “분해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나프타가 파이프를 지나가며 에틸렌 등의 기초유분으로 분해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NCC공장은 고온으로 제품을 만드는 공정 특성상 에너지 소비가 많아 에너지를 얼마나 적게 사용하느냐가 NCC공장의 기술력을 판가름한다. 1Kg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양을 에너지 원단위라고 하는데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세계에서 에너지 원단위가 제일 낮은 공장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증설을 통해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세계 최초로 3000대 에너지 원단위를 달성했다. 이는 마의 4000대 에너지 원단위를 깬 세계 최초의 사례다. 전 세계 115개 NCC공장의 평균 에너지 원단위가 7500대인 것을 고려하면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평균치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에너지만 사용하고도 같은 양의 기초유분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김영환 LG화학 NCC공장장(상무)은 “생산원가에서 원재료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는 곧 생산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며 “NCC공장 구성원 모두 하나가 돼 개선 활동에 매진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LG화학 연구원들이 SAP(고흡수성수지) 제품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LG화학]


◆SAP공장, 사업 진출 7년 만에 세계 1·2위 고객 확보

NCC공장과 같은 용성단지 안 SAP공장은 반응기 등 설비들이 외부에 노출된 여타 석유화학공장과 다르게 설비들이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SAP(Super Absorbent Polymer, 고흡수성 수지)란 아크릴산과 가성소다를 중합해 생산하는 백색 분말 형태의 합성수지 제품으로, 유아 및 성인용 기저귀, 여성용품, 전선 방수제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공장장인 송희윤 수석부장은 “SAP은 주용도가 기저귀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으로 공정 특성상 먼지나 벌레와 같은 이물 유입 등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와 차단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지게차가 쉴새 없이 제품을 실어 나르는 가운데 자동창고 옆 미래부지(Future Area)에서는 육중한 중장비들이 올해 완공을 목표로 제4공장을 짓는 데 한창이었다. LG화학은 2008년 SAP 사업 진출 후 2년 주기로 SAP공장을 하나씩 늘려 현재는 7만톤 규모의 김천공장을 포함해 연간 28만톤의 SAP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로 세계 4위 SAP 메이커로 도약했다.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을 목표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8만톤 규모의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은 총 36만톤의 대규모 일관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사업 진출 7년 만에 5배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게 되는 것이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LG화학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여타 기업들의 SAP 생산성은 한 개 라인당 연간 4만에서 6만톤 수준에 불과하지만, LG화학의 SAP생산라인에서는 연간 약 8만톤의 SAP이 생산되고 있다.

송 공장장은 “SAP은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해 소수의 선진 화학기업들만이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 LG화학은 차별화된 R&D 역량을 바탕으로 독자기술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며 “사업에 진출한 지 7년 만에 세계 1·2위 위생용품 제조기업은 물론 전 세계 기업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고, LG화학에서 생산하는 SAP의 90% 이상은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감한 투자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익 낸다

올해 LG화학은 1조7900억원 설비투자(CAPEX)의 37%에 해당하는 6600억원을 기초소재사업분야에 쏟을 계획이다. 이 가운데 신규 및 증설 투자에만 29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여수공장에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SAP 8만톤 및 아크릴산 16만톤 증설과 함께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사업인 ABS에 대한 10만톤 규모 증설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LG화학 여수공장은 중국의 자급률 상승에 대해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고부가제품으로의 빠른 제품 구조 전환으로 맞서고 있다. 여수공장에서 생산하는 PE(폴리에틸렌) 제품의 90% 이상, ABS 제품의 80% 이상을 고부가제품으로 전환 완료했으며, 지속적으로 고부가제품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여수공장 주재임원인 유재준 상무는 “여수공장은 한발 앞선 준비와 선제적 대응으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 왔다”며 “1976년 공장 설립이래 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지금의 상황도 정면돌파로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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