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공격적으로 전 세계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는 중국인들이 각국의 규제로 역풍을 맞고 있다. 각국 정부가 중국자본의 해외부동산 잠식에 따른 집값 폭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주 정부가 외국인의 자국 부동산 구입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주 정부는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시 매매가 100만 호주달러(약 8억6300만원)당 '신청비'로 1만 호주달러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를 어기면 집값의 25%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것은 물론 강제 매각키로 했다. 이를 통해 호주 정부는 매년 2억 호주달러의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홍콩과 싱가포르는 차이나머니가 자국 부동산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호주와 유사하거나 더욱 엄격한 세금제도를 도입했다. 영국도 지난 3년간 연이어 세재 개편을 통해 외국인의 주택구입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중국인들은 해외 부동산 시장의 최대 큰 손으로 떠올랐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영국, 호주, 캐나다, 미국 등 4개국이다. 뉴욕, 런던, 시드니 등의 주요 도시 아파트 개발은 중국 개발업체들이 주도해 중국 본토인들에게 직접 판매할 정도였다.
부동산 중개·컨설팅 업체인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외부동산 투자규모는 150억 달러로 지난 2009년(6억 달러)보다 25배나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중국인들의 호주 주택 구입은 전년대비 60% 넘게 증가했다. 런던에서는 100만파운드(약 17억원)가 넘는 고가 주택을 사들인 외국인의 11%가 중국인이었다.
전미부동산중개업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현재 중국 본토인들의 미 주택 구입 규모는 220억 달러(24조원)로 1년 전 128억 달러에 비해 배 가까이 폭증했다. 중국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캐나다인들의 미국 주택 매입규모는 138억 달러에 그쳤다.
부동산 투자업체 코데아 세빌스 아시아 담당 책임자 궈 진은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음성적으로 이뤄져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미국, 호주, 영국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구입자의 20~30%는 중국인들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이 서방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존재한다.
우선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불안감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중국 부호들이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방 부동산 시장이 붕괴된 것 또한 중국 투자자들에게 매력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경오염에 따른 중국 정부의 규제 심화, 빈약한 보건 및 사회보장 서비스 등이 이끌어낸 해외 이주 열풍 또한 그 이유 중 하나다. 아울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강력한 반부패 정책으로 해외로 쏟아져 나온 불법 자금이 외국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확대되면서 각국의 규제 장벽 또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관련국 정치인들에게는 '중국 자본 규제를 위한 행동에 나서라'는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