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획기적인 시각 ‘조류인간’

2015-02-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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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진=영화 '조류인간'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큰 여객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3000드럼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람이 하늘을 날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과 돈, 노력이 필요한 것인가.

인간의 날고 싶다는 욕망은 고대 때부터 있어 왔다. 기록상 첫 동력비행기는 지난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만든 ‘플라이어 1호’이다. 영화 ‘조류인간’(감독 신연식·제작 루스이소니도스)은 ‘날고 싶다’는 욕망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묘사했다.

유명 소설가 정석(김정석)은 예쁜 아내와 귀여운 딸을 둔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그러나 집안일에는 무심한 경향을 보였고, 아내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아내 한비(정한비)를 찾기 위해 15년동안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런 아내의 이야기를 소설로 내기도 했다.
 

[사진=영화 '조류인간' 스틸컷]

소설은 큰 히트를 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본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정석처럼 가족이 실종된 사람들. 그중 소연(소이/이유미)은 실종자들에 대해 매우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소연은 정석에게 “15년전 아내를 본 적이 있다”면서 접근, 아내를 찾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모든 사건의 연결고리에는 수상한 사내 이은호(성홍일)가 있었다. 이은호는 실종자들과, 그들의 바람을 이루어줄 한의사(최종률)를 연결시켜주는 인물. 그는 다시 약초꾼(김인수)와 사냥꾼(최홍일)과 그의 아들(강신효)과 관계가 있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새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인물들이었다. 장장 15년에 걸쳐 진행되는 ‘인간의 조류화’는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먼저 체질이 맞는지, 정신이 맞는지를 알아봐야하며 조류인간이 되는 과정에 필요한 약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철저히 검사했다.

조류화 과정에 관계된 이들은 “어디서든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류인간’은 그저 날고 싶은 인간의 새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새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나는 새였어야 했다’고 믿는 간절한 사람만이 이 과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한비는 모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고 함께 새가 되고자 했던 소연(이유미)은 결국 인간으로 남았다. 한비는 자신이 독수리가 된다면 받아주기로 한 몽골인이 있다며 새가 된 이후의 계획까지 세웠다.

정석은 한겨울 산길을 달리고 달려, 그런 한비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었다. 알에서 깨어난 커다란 독수리의 눈에서 아내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조류가 자신의 아내임을 직감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새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나는 당신이 알던 아내가 아닙니다. 나는 이제 조류인간입니다.’ 15년에 걸쳐 다시 태어난 아내는 자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몽골로 떠났을까? 15세 관람가로 오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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