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총리, 이완구 신임 총리가 탄생했지만, 청와대의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삐뚤어진 언론관과 병역·부동산 의혹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 신임 총리로 인해 첫 스텝부터 꼬이고 말았기 때문이다.
우선 이완구 카드를 통한 인적쇄신 효과가 사라졌고, 신임 총리 제청을 통해 이뤄질 후속 개각과 인적쇄신 효과도 크게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감지된다.
특히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이 총리의 령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결국 박 대통령이 약속한 책임총리 역할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책임총리제 실현 불투명..후속개각·靑인적쇄신 효과도 반감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은 친박 중진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함께 이완구 총리를 삼각편대로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복안이었다.
공무원연금개혁 등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개혁, 노동·금융·교육 등 구조개혁을 비롯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한 경제활성화까지 집권 3년차 핵심과제 추진을 위한 국정 추동력 확보에 ‘이완구 역할론’에 기대를 걸었다.
이처럼 해결해야 할 숙제는 결코 만만치 않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커다란 정치적 상처를 입은 이 총리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총리 인준 후 개각’이라는 원칙을 인사청문회를 열기 전부터 고수한 것은 ‘총리의 국무위원(장관) 제청권’을 차기 총리 후보자에게 확실히 보장함으로써 책임총리제를 이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현재로선 이 신임총리가 국정 전면에 나서기보다 부처간의 트러블을 조율하는 국무조정의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약속대로 이 신임총리와 논의해 후속 개각을 서두를 방침이지만 개각 시기와 비서실장 교체 등 청와대 인적쇄신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소폭(小幅) 개각과 청와대 인적쇄신 방침을 처음 언급한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인사가 단행되지 않아 개각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이완구 카드 실패로 후임 비서실장 카드가 주목받고 있지만, 후보군에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친박계 원로나 핵심 인사들이 다수이고, 일부 인사는 야당으로부터 부적절하다는 공세를 받고 있기도 하다.
◇ 새로운 당청관계, 당 입김 세진다
박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를 내세운 것은 특유의 협상력으로 김무성· 유승민 비박(비박근혜) 투톱 체제가 장악한 당과 청와대·정부 간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책임총리로 어느 정도 힘을 갖춘 이 총리가 청와대의 구심력과 여당의 원심력의 충돌을 막을 완충지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총리로서는 내각과 함께 국회를 상대로 경제활성화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데 주력해야할 입장이다.
여당이 당력을 모아 총리 인준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당분간 여당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월 두 차례씩 열기로 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유승민 원내대표가 주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일 당청 회동에서 설치하기로 합의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는 새누리당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가 상시 멤버로 참석한다.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에서는 정책조정수석, 정무수석, 경제수석이 고정 멤버다.
박 대통령이 시급한 해결 과제로 주문한 공무원연금 개혁, 경제활성화 입법은 물론 ‘증세없는 복지’, 개헌론을 둘러싸고 당·정·청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당청 관계가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