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편안한 안식처 ‘하늘정원 추모관’

2015-02-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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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립승화원 입구 전북 유일 불교 봉안당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고,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다. 모든 생명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필연이다. 유교문화가 주를 이루던 우리 풍속에서 장례는 복잡했다. 장례 기간도 길었고, 풍수지리설을 바탕으로 한 매장이 주를 이뤘다.

우리나라 묘지 규모는 전체 국토면적의 무려 약 1%를 차지하고 있다.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 늘어났던 때가 불과 엊그제 일이다. 산 사람의 주거 면적이 국토의 3%인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면적이 망자의 묘지로 뒤덮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보수적인 전통 매장 방식의 우리나라 장묘문화는 급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화장률이 80%대에 이르고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전통적 매장방식은 화장으로 변모하고 유골을 보관하는 방식까지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은 막연하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맞이해야 할 삶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황방산 정상에서 본 전주시내 전경[자료사진]


◇전주의 명당자리, 망자 안식처로 제격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주 시립공원묘지 승화원 바로 앞에 자리한 ‘하늘정원 추모관(대표 임관섭)’.

남·서·북 방향은 전주 명산인 황방산의 아늑한 산자락이 휘감아 내려와 감싸 안고, 동편으로는 전주 시내 탁 트인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시내가 지척에 있음에도 번잡한 도시의 소음이나 탁한 공기와는 거리가 한 참 멀다.

지리에 문외한이라 해도 이곳이 길지(吉地)라는 예감을 갖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자연친화적이다. 실제로 국내 ‘땅’의 권위자인 어느 대학 교수는 진즉 이 일대를 전주의 명당으로 손꼽았다고 하니 망자의 영원한 안식처로는 제격인 셈이다. 전통적인 명당의 조건에도 부합하면서도 후손들이 언제든지 쉽게 가볼 수 있는 접근성까지 갖춰 현대적 개념에서의 명당으로도 부를만하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하늘정원 추모관’은 전북 유일의 불교 형식의 봉안당이다. 2006년 개관할 당시 이름은 사찰 명칭을 빌어 ‘정음사원 추모관’이었지만 지난해 5월 새 주인이 들어서면서 이름도 ‘하늘정원’으로 바뀌었다.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주인이 바뀌기 전까지만 해도 시설관리가 소흘해 유족들의 불만이 잦았고, 대외적인 이미지마저 좋지 않아 이곳을 찾는 유족들이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새 주인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하늘정원 추모관 사원 모습


◇관리비용 연 5만원이면 영구보존, 경제적 부담 최소화

장례 형식이 화장으로 보편화됐다 해도 화장 후 망자가 영면할 장소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망자를 모실 장소에서부터 흔히 납골당으로 불리는 봉안당 분양 가격, 사후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유족들의 고민이 만만치 않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유족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살아생전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서민들은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임관섭 대표는 “시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돼 처음엔 사업가적 관점으로 시설 운영에 초점을 맞췄음은 부인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이곳에서 여러 유족들을 만나고 매일매일 고인들의 유골함을 대하면서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영리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유족들이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시키는데 가장 신경을 썼다.

유골함 제작비는 두 가지 형태로 단순화시켜 1개당 35만원으로 동일하게 맞췄다. 평균 가격에 비해 절반 내외로 낮춘 것이다. 값이 나가는 경우는 150~200만원에 이른다.

“유족은 모두 똑같고, 유족의 마음도 모두 똑같다. 고인들이 사후(死後) 세계에서나마 평등을 누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비록 사업적인 마인드가 가미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망자에 대한 예를 갖추고 유족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봉안당 유골함 관리 비용도 연간 5만원에 불과하다. 편의상 10년치(50만원)를 일시에 받는 게 전부다. 그것이면 영구 보존된다. 물론 유족들이 원할 경우 고가의 봉안당에 안치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별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안치단의 위치만 약간 다를 뿐이다.

사설 봉안당 분양 가격이 수 백 만원에서 심지어는 수 천 만원에 이른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접하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공설 봉안당 자리 구하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추모 공간 충분, 상주 스님 하루 세 차례 발원기도

유골함이 안치된 추모관


유족들의 평안과 고인의 안식을 위해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씩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기도도 빼놓지 않는 일과다. 발원 기도를 위해 이곳에는 아예 주지스님 한 사람이 상주하고 있다.

하늘정원 추모관의 또 다른 장점은 추모 공간이 넓다는 점이다. 영리 추구에만 급급하다 보니 대다수의 봉안당 시설들의 경우 추모 공간이 매우 비좁다. 유골함으로 가득 차 차례 상 하나 펼치기조차 힘들다. 유족들이 참배를 와도 잠시 머무를 공간이 없는 게 당연하다. 겨우 참배만 한 뒤 아쉽게 곧바로 되돌아가야 한다.

하늘정원 봉안당은 추모 공간이 여유로워 유족들이 손쉽게 제도 올릴 수 있고, 참배 후 고인의 추억을 떠 올리며 한담도 나눌 수 있다. 다른 곳처럼 시설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되레 추모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것은 유족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망자 중심이 아닌 유족 중심의 장묘 문화로 변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내 온도, 항습, 오염, 부패 방지 등 제반 시설유지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음은 물론이다. 

기일이나 삼우제 공간으로도 무료 제공된다. 유족들이 간단한 음식만 장만해 오면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다. 1년에 4번(설, 초파일, 백중, 추석) 합동제사도 무료로 지내준다. 

유골함은 기존 유골함의 단점을 보완한 특수 제작으로 부패 및 변질을 근원적으로 차단토록 했다. 유골함 투입구 직경도 2.5cm로 비좁게 만들었다. 투입구가 넓으면 유골의 부패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투입구가 적으니 유골을 일일이 손으로 담아야 하는 정성도 곁들여 진다.

◇”유가족의 아픔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하늘정원 추모관은 전북 유일의 불교식 봉안당이지만 기독교인들도 많이 들어온다. 기독교인 안치 비율이 약 30% 가량 된다. 추모관 내에서 기독교 식 예배 기도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다.

추모관 2층 법당제단 


임 대표는 “죽은 자 앞에서까지 산 자들이 종교적 이념에 사로잡혀서야 되겠느냐”며 “비록 표면상으로는 불교식 봉안당이긴 하지만 결코 특정 종교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비슷한데 인간의 편견과 그릇된 인식이 서로를 이단 시 한다는 것이 임 대표의 생각이다.

하늘정원 추모관은 그간 전임자의 관리 소흘에 따른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타 추모관에서 이전해 오는 사례도 심심치 않다. 점차 입소문도 퍼지기 시작해 문의 전화도 줄을 잇는다.

임 대표는 무엇보다 유족들로부터 “고인을 맘 편히 모실 수 있게 돼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이 있다“고 했다. ”그런 유족들을 생각할 때마다 시설 관리에 더욱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야 겠다는 마음이 든다“며 ”유가족의 아픔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유가족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변치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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