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연초부터 터진 세금폭탄이 설 대목을 앞둔 유통가와 소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재래시장, 대형할인점, 백화점 등 어느 한 곳도 웃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서민 지갑은 더 얇아졌고 지출 씀씀이는 확 줄었다.
이대로 가면 정부가 목표로 잡은 경제성장률 3.8%는 힘에 부친다. 1분기에 어느 정도 기초를 다져 놓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13월의 급여라는 연말정산이 오히려 새로운 세금폭탄이 되고, 여기에다 증세까지 연결되면서 연쇄적 뇌관을 터트리자 설 대목도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골든타임이라는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은 실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됐다.
정부가 발표한 1월 경제지표도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수출이 줄었다. 물가도 2개월 연속 0%대를 유지하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는데 실패했다.
소비 부문의 대표적 지표인 대형 유통업체 매출은 ‘대목’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지난달 대형 백화점 3사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3~5% 낮아졌다.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이 설·추석 등 대목을 일찍 준비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감소는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연말정산으로 세금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지갑이 얇아진 것도 대목이 실종된 이유로 꼽힌다. 주요 대형할인점은 예년과 달리 5만원대 이하 저가 선물세트를 전면에 포진했다.
실제로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올해 설 명절 비용 지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평균 지출 예정 금액은 17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만원 줄었다.
이처럼 소비심리 전체가 세금폭탄에 위축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에서도 구조 개혁에 대한 언급이나 논의는 일체 나오지 않았다.
정치권이 구조개혁보다 증세 논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부 의지를 반영하는데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증세·복지 논란으로 경제활성화 대책은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연말정산 후폭풍이 예상보다 심각하다. 설 명절 전에는 어떻게든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말정산 파동을 수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비 심리 회복까지 힘쓰기에는 버거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6일 공주산성시장을 방문한다. 터키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귀국한 후 곧바로 전통시장 방문 일정을 잡는 등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한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앞서 주형환 1차관도 11일 세종시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연초부터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세부담 등이 이어지면서 지출이 줄고 있다. 명절 대목 분위기가 사라진 원인”이라며 “소비심리가 이대로 지속되면 정부가 마련한 경제정책도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