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해외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글로벌 시장의 '큰 손'으로 거듭난 중국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최대 규모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일어난 중국 기업의 해외 부동산 시장 '싹쓸이' 열풍은 과거 금 사재기 붐을 일으키며 전 세계 금값을 쥐락펴락했던 중국 다마(大媽·아줌마)를 연상시킨다.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시대주보(時代周報)는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존스 랑 라살(JLL)의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는 165억 달러(약 18조30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46%가 증가했다고 11일 보도했다. 그 중 70%인 112억 달러는 오피스텔과 호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됐다.
지난해 투자액은 역대 최고치로, 지금의 추세로 볼 때 중국기업의 연간 해외부동산 투자액은 올해 200억 달러를 돌파한 뒤 2020년이면 500억 달러(약 55조2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도시별로는 영국 런던이 40억 달러로 투자액이 가장 많았고, 호주 시드니(22억 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중국기업의 국가별 투자액 증가율로는 호주가 1위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올해 더욱 본격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5일 완다(萬達)그룹은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알프레드 건물과 페어팩스 하우스를 사들였다. 향후 10억 달러를 투자해 5성급 고급호텔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세계 3대 해변 휴양지인 호주 골든코스트에 9억 달러를 투자해 초호화 호텔 조성계획을 밝힌 이후 완다그룹의 두 번째 호주 부동산 시장 진출이다.
푸싱(復星)그룹 또한 지난달 26일 호주 부동산 투자그룹인 프로퍼티링크(Property link)와 손잡고 시드니 오피스빌딩 ‘73밀러스트리트’를 매입했다. 이어 최근에는 9억3900만 유로(약 1조1800억원)에 프랑스 최대 리조트회사 클럽메드의 지분 92.8%를 확보하며 인수를 확정지었다.
완다 왕젠린(王健林) 회장은 "7~8년 후 완다 수익은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그 중 최소 20~30%의 수익은 해외에서 거두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완커(萬科) 부동산 왕스(王石) 회장 또한 "향후 15~20%의 사업을 해외 부동산 투자로 전향하겠다"는 말로 해외 부동산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중국 기업이 해외 부동산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중국의 시장 개방개혁 움직임으로 투자 기회가 확대된 것과 함께 해외 프로젝트의 높은 투자수익률, 자국 보다 낮은 해외 토지 매입 및 자금조달 비용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해외부동산 시장 진출에 있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원정군'의 범위가 기존 부동산에서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보험업체 자본의 해외 부동산 시장 유입이 빠르게 늘면서 향후 중국 해외 부동산 투자의 신(新)조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중국 2대 보험사인 핑안(平安)보험은 도이치자산운용공사로부터 런던금융 중심가에 위치한 '타워플레이스 빌딩'을 4억1900만 유로(약 5300억원)에 사들였다.
양광(陽光)보험은 글로벌 호텔 체인 스타우드그룹으로부터 오는 3월 개점하는 바카라 호텔을 2억30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지금까지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보험회사는 안방(安邦)보험, 중국인수(中國人壽)보험, 핑안보험, 양광보험이며, 향후 중국인민보험공사(中國人保 PICC), 태평양(太平洋)보험, 신화(新華)보험, 중국태평(中國太平)보험, 태강인수(泰康人壽), 시노라이프(生命人壽) 등이 진출 의사를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