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중국 호화 음식점 브랜드 '샹어칭(湘鄂情)'이 지난해 업계에서 밀려난 데 이어 이번에는 브랜드 네임까지 헐값에 팔리는 굴욕을 당했다.
중국 당국의 반부패 바람을 피해 샹어칭, 레스토랑 사업을 포기하고 IT기업으로 변신한 중커윈왕(中科云網 002306·구 샹어칭)이 7일 공시를 통해 '샹어칭' 브랜드 네임마저 매각했음을 밝혔다고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이 9일 보도했다.
이는 2억3000만 위안 상어칭 브랜드 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충격을 줬다. 과거 샹어칭은 중국 고급 레스토랑 체인의 대명사로 불리며 상당한 브랜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반부패 된서리에 초라한 말로를 보이며 역사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매일경제신문은 중커윈왕이 샹어칭 브랜드를 헐값에 팔아넘긴 것은 샹어칭 시절 발행한 채권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2년 5월 발행한 회사채 '12샹어칭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자금회수 여부가 오는 4월 5일 결정을 앞두고 있다. 당시 샹어칭은 5년만기로 채권을 발행했으나 반부패에 따른 경영난으로 회사채가 특별관리대상인 'ST샹어칭채권'으로 전락, 지난해 10월에는 신용등급이 정크 단계까지 떨어졌다.
당시 채권발행 약정에 따르면 발행 후 3년 뒤 투자자들은 '채권보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4월 5일이다. 만약 모든 투자자가 자금회수를 원할 경우 중커윈왕은 단번에 5억1300만 위안(약 900억원)을 토해내야할 상황이다.
이에 이미 하락세를 탄 샹어칭 이미지로 인한 타격을 최대한 줄이고 긴급자금 수혈을 위해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판단됐다.
1999년 설립된 샹어칭은 후난(湖南), 후베이(湖北), 광둥(廣東)성 등 지방 특색요리 전문 고급 음식점 체인으로 지난 2009년 선전거래소에 안착, 중국 요식업체 최초로 중국 A주 증시 상장에 성공하는 등 승승장구해왔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등장이후 '부패척결, 사치근절'이 강조되자 매출이 급감하며 경영난에 직면했다. 2013년 식음료 부문 매출이 전년대비 무려 40%가까이 줄어든 7억9300만 위안(약 1389억원)에 그치며 5억6400만 위안 적자를 봤다. 전년 대비 무려 788% 이상 주저앉은 충격적인 수치였다.
이에 샹어칭은 지난해 8월 레스토랑 사업 포기를 선언하며 최근 대세인 빅데이터 등 IT 회사로의 전향을 선언했다. 당시 회사명도 샹어칭에서 중커윈왕으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