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년 만에 미국 외교·안보의 전략적 기초가 되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6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의 혼란을 틈타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새로운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에 발표된 보고서에서 이라크·아프간 전쟁 종결과 대화를 중시한 외교에 초점을 맞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IS를 분해하고 궁극적으로 격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IS 격퇴전략은 다자적 개입 기조에 따라 역내 우방들과 역할을 분담하고 이라크 자치군과 시리아 온건반군의 군사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점을 명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 노선을 중시한 러시아와의 관계 구축에 나섰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신뢰구축에 실패해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했다. 이에 따라 2015년 국가안보전략에선 “러시아의 침략을 억지하고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엄격한 제재를 시행 한다”는 강경자세로 돌아섰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강력한 대응 의지를 담았다.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가를 반드시 치르고 다시는 패권확장에 나서지 못하도록 강력히 억지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안보와 국제적 기준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우리는 유럽 동맹들에 대한 안보공약을 재확약하고 러시아의 추가적인 침공을 막기 위해 중·동부 유럽에서 군사적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에 자원을 주로 의존하는 유럽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장·단기적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담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시한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티나의 중동 평화에도 큰 진전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계기가 된 ‘핵 없는 세계’에 대한 호소도 약화됐다.
보고서는 북한의 경우 5년 전 '고립이냐, 대화냐'의 양자택일을 압박하던 기조와는 달리 북한발 위협의 심각성과 비핵화를 원칙적으로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보고서에는 북한이라는 단어가 세 차례 나온다. 모두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심각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차원에서 언급됐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대통령이 의회에 대해 매년 보고하도록 되어 있으나, 보통 4년 마다 이뤄지는 정권 발족 후 공표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보고서에서 밝힌 전략에 대한 눈에 띤 성과가 없어, 오바마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워싱턴 강연에서 “이번 국가안보전략은 남은 임기 2년 안에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으나 시간에 쫓기는 오바마 정권이 안보전략을 재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