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방지 힘든 동물보호법, 법 재정비 및 국민의식 개선 필요

2015-01-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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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제공]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연일 아동학대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해지면서 동물학대 문제로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동물학대의 경우 상해수준을 넘어 생명을 빼앗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처벌 적용이 미미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28일 포항 보광사에서 기르는 진돗개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사정없이 몽둥이로 얻어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의자 정씨는 보광사에서 키우는 진돗개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몽둥이로 수차례 때렸다. 폭행으로 인해 진돗개는 목뼈 5군데와 턱뼈가 골절되고 왼쪽 눈을 실명하는 등 전치 12주의 상처를 입었다.

검찰은 정씨에게 동물보호법 위반과 폭력행위 등의 혐의를 적용해 현재 불구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미약한 수준의 처벌로 끝나, 이번 사건도 벌금형 정도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커 재발 방지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학대에 준하는 방치도 문제다.

지난 7일에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자신이 기르는 개를 굶겨 죽인 주인이 동물보호단체에게 고발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개의 사체를 부검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개가 오랫동안 사료 섭취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해당사건은 현재 남양주경찰서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동물보호단체는 개주인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동물의 학대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보호법 적용의 미미함을 지적한다.

실제로 대검찰청의 동물보호법위반 사건 처리현황을 살펴보면 매년 사건 접수의 총량은 늘어나고 있고, 불기소 처분 역시 증가 추세다. 2012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 58건인 반면 불기소는 63건에 달했다. 2013년 역시 기소 사건이 65건, 불기소 사건이 그보다 많은 68건이었다.

동물보호법의 처벌 수위가 가볍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1년 8월에 개정된 동물보호법의 최고형량을 살펴보면, 동물학대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는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다소 관대한 편이다. 프랑스의 경우 동물유기 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미국의 뉴욕주나 워싱턴주 경우에는 동물의 학대 시 징역 5년형에 처한다. 

한국의 가벼운 처벌수위 때문에 피의자에게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재물손괴죄는 최고 징역 3년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기 때문에 동물보호법보다 다소 무거운 편이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보호법의 조항의 문제점과 국민들이 동물에 관한 의식개선이 필요함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학대의 금지 조항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죽음에 이르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폭력 및 학대 이후 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르렀을 때만 처벌이 가능하므로 과정상의 처벌이 힘든 부분이 있다.

또한 한국의 경우 민법상 동물의 지위가 물건과 똑같은 반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국가는 민법에 동물과 물건을 구분하는 조항을 두어 동물의 법적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전진경 이사는 “한국동물보호법이 1990년대 재정된 이래로 정말 오래됐는데 법적 실효성이 굉장히 없다”라며 “처벌사례를 보면 동물보호법에 따른 처벌결과가 거의 벌금 몇 십만 원이고 여론의 압박이 없으면 징역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이사는 “이는 동물들에 대한 인식이 낙후돼 있기 때문에 동물들이 학대받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라며 “피의자 처벌을 위해 재물손괴를 적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동물을 물건으로 생각하는 비참한 상태다”라며 안타까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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