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의 러시아 경제, 중국과 한국이 살렸다

2015-01-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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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계기로 아시아를 중시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로 유럽연합(EU) 수출이 악화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그중에서도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협력이 눈에 띄지만 한국과의 무역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연방 세관에 따르면 2014년 1~11월 러시아의 대외무역에서 1위를 차지한 EU는 전체 무역량의 48.5%를 차지했다. EU의 제재가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EU가 러시아에 중요한 시장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EU와의 무역은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26.9%를 차지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해 5월 중·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무역규모를 2015년까지 1000억 달러로, 2020년까지 2000억 달러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중국에 대량 공급하기로 하는 등 경제협력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서방국가의 경제제재와 국제유가 하락, 루블화 폭락 등 3중고에 시달리는 러시아에 중국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러시아연방 세관의 통계를 살펴보면 러시아가 믿고 의지하는 중국과의 무역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한국과의 무역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해 러시아와 한국의 무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의 대(對) 한국 수출이 25.5% 증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가 아시아 중시 정책으로 선회했으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기 때문이라고 20일 분석했다. 또 러시아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대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러시아의 유력한 경제 파트너로 한국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 외교자문단체 외교국방정책회의 표도르 루키야노프 의장은 "한국은 말로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수사적으로 대러 비판에 동참하겠지만 실제론 러시아와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피하려 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대 러시아 제재에 동조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는 데 대해 러시아는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리아노보스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는 한국이 중국보다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에너지 수출뿐 아니라 극동지역 개발에서 한국을 유망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국무역협회는 주한러시아 무역대표부, 한·러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러 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한국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무역·투자분야 협력’을 주제로 열렸다. 포럼에는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대표인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 막심 쉐레킨 극동개발부 차관, 스타니슬라브 보스크례센스키 경제개발부 차관 등 주요인사 300명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러시아 정부는 극동지역의 인프라 정비를 진행시키고 보다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에너지와 관광분야에서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호소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극동지역에 선진발전지구를 설정할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 측이 어느 지역에 설치하면 될지 제안해준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러 공동사업 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또 러시아 철도공사는 한국 기업이 북·러 철도 프로젝트에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다고 러시아 방송 24TV가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분쟁이 다시 격화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EU의 대 러시아 압박은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인도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적 재치를 제외한 모든 추가 옵션을 검토하겠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25일 EU 정치인들이 지난 수개월간 러시아 제재 완화 시점을 논의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논의 주제가 제재 강화 방안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한국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한국 국내에선 국제유가 하락과 경제제재에 허덕이는 러시아 경제 전망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많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는 러시아와 러시아 경제 전망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는 한국이 향후 경제협력을 강화시킬지,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히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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