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KB금융그룹 출신 인사들이 KB금융을 떠난 뒤에도 금융 및 금융투자업계에서 요직을 맡으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회사 안팎의 사정으로 KB금융 임원직에서 용퇴했지만 금융인이자 경영인으로서의 능력만큼은 변함없이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 임직원들도 회사 선배들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전날 3대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됐다. 황 당선자는 1952년 경북 영덕 출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 영국 런던대 경제대학원을 졸업했다.
황 당선자의 임기는 다음달 4일부터 3년간이다. 사실 그에게 지난 2009년 KB금융 회장으로 재직했던 시절은 고초의 시간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실패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KB금융 회장직 사퇴 압박을 가했다. 결국 그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3년에 걸친 송사 끝에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KB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당시 황 전 회장이 짧은 기간만 재직하고 본의 아니게 물러나야 해 안타까웠다"며 "그래도 다시 능력을 인정받아 주요 협회의 회장으로 돌아오시게 돼 후배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KB금융 회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던 김옥찬 국민은행 전 부행장은 같은달 말 SGI서울보증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는 1982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싱가포르 현지법인 근무, 국제기획부 국외점포 과장, 방카슈랑스 부장, 재무관리그룹 부행장, 경영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거쳤고 은행장 직무대행까지 역임한 이른바 '뼈 속까지 KB맨' 중 한 명으로 꼽힌다.
SGI서울보증 측은 "회사 현안에 대한 문제 해결능력과 비전 제시를 통해 CEO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김 대표이사의 선임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특히 30년 이상 금융업에 종사하며 해외진출 전략, 자산 건전성 및 재무관리 등 주요 업무경력을 통해 금융전문가로서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이밖에도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지난해 12월 JB금융지주 계열사인 JB자산운용(옛 더커자산운용)의 신임 대표에 선임됐다. 또 어윤대 전 KB지주 회장도 JB자산운용의 상임 고문을 맡고 있다.
KB금융 한 고위관계자는 "KB금융을 떠난 선배들이 꾸준히 금융권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경영인으로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니 후배 입장에서 가슴이 뿌듯하다"며 "KB금융 출신 선배들이 다른 금융사에서도 역량을 발휘한다면 KB금융의 이미지는 물론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