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극작가 에우리피데스가 쓴 [메데아]는 당시에 떠돌던 이아손과 메데아 설화에 심리적 해석을 가하여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비극이다.
남편 이아손에게 버림받은 메데이아의 비애와, 애정의 회복을 위한 허무한 노력이 증오로 변하여, 남편에게 고통을 줄 목적으로 자신의 자식과 남편의 새 아내가 될 글라우케, 그의 아버지인 코린트 왕을 태워 죽이기에 이른 여자의 심리를 동정의 눈으로 묘사했다.
인천시립극단의 <메데아 네이쳐>는 배신한 남편에 대한 고통과 분노, 추방에 대한 억압과 복수의 의지를 품은 메데아의 내면을 섬세하게 구축한다.
그녀는 형식적이고 위선적이고 사치스러우며 모함을 일삼는 도시의 삶을 비판하며, 풍족하진 않지만 꼭 먹을 만큼만 취하며 자연을 경배하는 자신의 부족의 삶을 그리워한다. 때문에 메데아는 무고한 두 아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으며, 신성한 숲의 힘으로 자신의 복수를 완성한다.
연출을 맞은 주요철 예술감독은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투란도트”, “영원한 제국”, “불의 나라” 등 약 70여편의 작품들을 연출한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손꼽히는 중견 연출가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문명과 비 문명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 질투, 광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낼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동서양을 어루만지는 강은구 음악감독의 환상적인 음악과 몸짓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박이표 안무가의 섬세하고 격조 높은 안무는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특히 최첨단 현대문명의 상징인 아이패드를 이용한 11가지의 감각적인 음악효과는 매우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분하여 활약하는 14명의 배우들은 때론 코러스로 변신하여 극의 전반을 든든하게 받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