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각을 놓고 벌인 법정공방에서 금호가 형제의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낸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각 소송에서 재판부가 원고 패소로 판결하면서 형은 울고 동생은 웃었다.
금호아시아나 측이 항소 검토여부를 밝히면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과 계열분리를 둘러싼 금호가 형제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인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 이행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하며 박찬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 계열분리 당시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에 대한 합의가 양측 간에 없었다는 것이 원고 패소 판결의 핵심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산업은행의 아시아나 주식처분 요청에 대해 처분여부 입장만 밝혔을 뿐 주식 매각에 합의하진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주식을 양도하는 합의가 성립됐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가 채권단에 향후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식매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 피고가 주식 양도에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가 두형제간 매각금액에 대한 논의도 없어 매각을 합의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도 원고 패소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합의에서 주식의 양도 대금이 중요한 부분인데, 양도 대금을 특정 하는 기준을 정했다고 볼 수 없고 대금을 정하기 위한 노력이나 협조를 하지도 않았다”며 “원고는 양도대금이 시가와 같은 금액이라고 주장하나, 피고는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는 시가로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객관적 의사 합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호그룹은 오너 형제간 갈등으로 2010년 워크아웃 돌입 직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갈라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계열 분리 당시 박삼구 회장이 소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과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각각 완전히 매각하기로 양측이 채권단(산업은행)과 합의했는데 금호석유화학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작년 4월 소송을 냈다. 앞서 박삼구 회장은 2010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이듬해 11월 박삼구 회장 가계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완전히 매각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합의를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작년 3월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불법하고 부당한 절차에 의한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선임에 이의를 제기했다"며 "이에 맞대응 차원에서 시작한 무리한 소송이었다"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또 "채권단과의 합의서는 2010년 2월 금호아시아나가 워크아웃(금호석유화학은 자율협약)에 들어갈 당시, 채권단이 지배주주들에게 사재를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채권단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각각 경영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협조의무가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의 부당한 장악 협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