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황당한 답변…의정부 화재 현장 ‘나가고 싶은 마음’ 꾹 참았다?

2015-01-13 16:00
  • 글자크기 설정

여야 의원들, ‘기 막힌’ 헛웃음…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제역할 주문

1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현장에 국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는 국민안전처 장·차관이 단 한 차례도 현장을 찾지 않은 가운데, 이성호 안전처 차관(오른쪽)의 황당한 답변에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 등 여야 의원들이 개탄을 금치 못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1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현장에 국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는 국민안전처 장·차관이 단 한 차례도 현장을 찾지 않은 가운데, 국민안전처 차관의 황당한 답변에 여야 의원들이 개탄을 금치 못했다.

국회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전병헌)는 13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최근 계속 발생하고 있는 원자력 안전사고, 의정부 화재 사고, 파주 LG디스플레이 질소 누출 사고 등 일련의 안전사고에 대한 현안보고를 받고 안전대책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이날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을 대신해 출석한 이성호 차관의 답변이 여야 의원들의 공분을 사게 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경기 일산동구)은 이 차관을 상대로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에 국민안전처 장관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유관기관 회의를 열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며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가 생긴 만큼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며 질타했다.

이 차관은 박 장관이 현장에 나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대응하는 기관의 역할과 중앙에서 컨트롤 하는 역할이 다르다"면서 "더구나 현장에 장관 같은 '높은 사람'이 나가면 현장 관계자들이 이를 응대하느라 신경을 써야하고 혼란을 키울 수 있다. 현장에 나간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니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화재가 발생한 지 3일이 지난 지금까지 의정부 화재 현장에 나가지 않고 어떻게 현장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겠냐"면서 "차관이 장관이라도 그렇게 하겠냐, 차관도 현장에 나가지 않은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 차관은 유 의원의 추궁에 대해 "저도 현장에 나간 적 없다"고 답변한 뒤, "장관도 현장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현장 관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가고 싶은 마음을 참아가면서 중앙에서 전화 등으로 현장을 지휘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답변에 유 의원은 기가 막히다는 듯 "현장에 나가고 싶은 마음을 참아가면서 전화로 지휘했다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지금 장·차관이 현장에 나가지 않은 것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나가지도 않고, 유관기관 회의도 주재하지 않고, 화재 관련 사고 통계도 틀리고…안전처가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물은 것"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도 이 차관을 상대로 의정부 화재 사고 현장에 장·차관이 나가지 않은 것에 대해 "참 답답한 노릇"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 의원은 "유은혜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의정부 화재 사고 현장에도 국민안전처 장·차관이 안 보이는데, 앞으로 국민안전처가 속시원하게 안전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국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국민안전처가 생겼으니 이렇게 달라졌구나' 국민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정부가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런데 국민안전처가 지금 하는 걸 보니 옛날과 다를 바 없다. 도대체 의정부 화재 사고 당시 안전처는 뭘 했냐"고 질타했다.

그러자 이 차관은 "의정부 화재 사고 발생 당시 최대한 빨리 현장에 소방 방재 인력을 투입해 조기에 화재를 진압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의 이같은 답변에 결국 김 의원은 분을 삭히지 못하고 "그건 안전처가 없어도 소방방재본부가 알아서 하는 겁니다! 당연한 거에요!"라고 크게 호통을 쳤다. 계속된 호통에 이 차관은 결국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이를 지켜본 전병헌 안전특위원장도 이 차관을 향해 "안전처는 재난 현장에 장·차관이 나가 현장 점검을 하는 것을 아직도 '행차'의 의미로 보는 것 같다"면서 사고의 변화를 주문했다.

전 위원장은 "현장에 직접 나가보지 않고 신속하게 사건이 난 이후 여러가지 발생할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암행'이라든지 새로운 타입의 현장방문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안전처에 제언했다.

한편 이날 국회 안전특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원전 설계도 유출 등 해킹 사건과 신고리 3호기 건설현장 질소 가스 누출 사고, 의정부 화재 사고 등 일련의 안전사고 등을 다뤘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원전 해킹, 신고리원전 3호기 질소 유출 사고 등에 대한 안전불감증과 사고 당시 미흡했던 대처 등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또한 여야 의원들은 전날 발생한 파주 LG디스플레이 질소 누출로 2명이 사망한 사건 등 최근 산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 원인과 대응방안, 장기적인 재발 방지책 등을 산업자원부 등에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 정부 측에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은 전날 의정부 화재 사고와 관련한 긴급 현안보고에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이유로 1시간 지각 출석한 데 이어, 이날 국회 안전특위 전체회의도 세종-서울간 화상국무회의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