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국내 철강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는 중국의 수출 합금강에 대한 증치세(부가세) 환급제도가 폐지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H형강은 빠진 것으로 나타나 빠른 후속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일부 철강품목에 대한 중국의 수출 증치세가 1월 1일부로 폐지됐다. 중국 국무원은 보론 함유 후판·열연박판, 열연협폭코일, 선재, 봉강 등 철강재 수출환급 세율 조정을 승인하고,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재정부가 확정 발표 했다.
증치세 환급제도란 중국 정부가 합금강 제품을 수출할 때 부과되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격인 증치세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2011년 중국 정부가 보통강 제품에 대해 9%의 수출세 환급을 폐지했으나 합금강과 칼라강판 등에 대해서는 이를 유지해왔다.
특히 0.005%의 보론(붕소)을 섞어도 합금강으로 인정해 세제혜택을 주면서 중국산 철강재의 저가 수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증치세 혜택을 등에 업고 10%이상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면서 시장을 교란해왔다.
철강협회는 이번 중국의 수출 증치세 환급 폐지로 환급 품목인 보론강 후판·열연박판, 열연협폭코일, 선재, 봉강의 중국 수입량이 감소하고, 증치세 환급 폐지가 모두 반영될 경우 수입단가가 10∼15% 정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협회는 일례로 중국의 대한국 후판 수출단가(FOB)가 559달러인 경우 증치세 환급이 폐지되면 643달러로 t당 84달러, 약 15% 인상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철강업체의 한 임원은 “선재의 경우 중국산 수입가격이 10%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실적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협회·업계가 협력해 기업활동에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증치세 혜택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국내 H형강 제조업체들 입장에선 다소 아쉽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H형강은 수입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다 수입량과 비례해 피해규모가 가장 크다”면서 “이번 증치세 폐지 품목에 H형강이 빠져 아쉽다. 정부와 협회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철강협회 오일환 상근 부회장은 “향후에도 반덤핑 조사중인 H형강과, 보론강 열연광폭코일 등 타 품목의 문제해결을 위해 현재 협회 내에 가동중인 철강산업 비상대책반 체제를 유지하고, 향후에도 한·중 협회 및 업계간 대화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중국으로부터의 보론강 후판·열연박판 수입은 204만5천톤, 보론강 열연협폭코일 3만1000t, 보론강 선재 79만5000t톤, 보론강 봉강은 130만6000t 등 총 417만6000t이 수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전체 철강재 물량의 31.2%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