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원로’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 ‘경영일선’서 물러나

2015-0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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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갑 현대하이스코 고문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 철강 사업의 부흥을 이끌었던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1일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 부회장이 회사 고문으로 위촉됐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과거 현대그룹에서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아들 정 회장으로 이어지는 오너 일가의 숙원사업인 용광로 제철 사업을 실현시킨 주역으로 평가를 받는다.
김 부회장은 현대하이스코 임직원들에게 보낸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나무가 자라 꽃과 열매를 맺고, 그 열매의 씨앗이 또 다른 나무의 싹이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듯 이제 저는 한발자국 물러서서 아낌없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응원하려 한다”며 “하이스코가 오늘날의 면모를 갖추게 된 데에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과 노력이 있었음을 저는 잘 알고 있다. 한층 더 변화하고 혁신하여 회사를 더욱 넓은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1952년생인 김 부회장은 부산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78년 현대건설 경리부에 입사해 지난 36년간 구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에서만 몸담은 전통 ‘현대맨’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의 현대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구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인 김 부회장은 소위 말하는 정 회장의 ‘가신그룹’이 아니었다. 현대그룹이 오너 형제가 이어받은 업종별 소그룹으로 분리 됐을 때 현대차로 이동해 재경사업부 전무로 재직했던 그는, 2001년 7월 종합기획실 출신이었던 이계안 당시 현대차 사장(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자리에서 물러나자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 회장을 따르는 인사들과 마찰을 빚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그의 사표를 반려하고 기아중공업(현 현대위아) 부사장에 앉혔다. 평소 그를 살펴보며 업무 실적을 검증해왔던 정 회장이 더 일해보라고 배려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1년도 안돼 현대하이스코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3년에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때 현대차그룹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시점이었다. 1978년 5월 포스코와의 제2 제철소 경쟁, 1994년 부산 가덕도 제3 제철사업, 1996년 신규 고로 추진에 이은 경남 하동에 고로 건설 계획 무산으로 용광로 제철 사업의 기회를 좀처럼 찾지 못했던 정 회장은 한보철강 인수전에 참여키로 한 것이다. 한보철강 인수는 국내에서 용광로 제철 사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최고의 인재를 인수팀에 불러들였다. 현대차는 김 부회장의 현대하이스코를 주축으로 INI스틸(현 현대제철)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반면 현대차의 공세를 막기 위해 포스코는 동국제강과 손을 잡고 맞대응에 나섰다.

결과는 현대차의 승리였다. 한보철강 인수 최종 계약식에서 계약서에 서명한 주인공은 바로 김 부회장이었다. 32년의 숙원 사업이었던 현대의 용광로 제철사업 진출은 김 부회장의 손에서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이후 INI스틸은 박승하 부회장과 우유철 사장 투톱 체제로 용광로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했고, 김 부회장은 현대하이스코에서 냉연공장 건설에 모든 힘을 쏟았다. 김 부회장이 현대하이스코에서 맡은 또 다른 역할은 정 회장의 사위 신성재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키워내는 것이었다. 신 사장의 멘토로, 김 부회장은 회사 경영 및 공장 운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2005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 부회장은 같은해 사장으로 승진한 신 사장과 함께 대표이사 투톱 체제로 2011년까지 이어나가며 회사를 키워냈다.

2011년 1월 상근고문으로 물러나면서 김 부회장은 두 번째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그는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충남 당진에 건설중인 신 냉연공장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김 부회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3년 현대하이스코는 당진 냉연공장을 준공했다. 김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하이스코 전 임직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그런데 불과 수 개월 만에 정 회장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사업 부문을 현대제철로 이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 순간이었다. 2014년 1월 8일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그는 업계 지인들과 대화하며 “다 빼앗겼어”라는 말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의 안타까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해 9월 자신이 멘토로 키웠던 신 사장이 퇴사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그의 사직을 말렸던 김 부회장은 기업인으로서 신 전 사장의 퇴사를 많이 아쉬워했다고 전해진다.

2013~2014년간 벌어진 현대하이스코의 큰 변화 속에 김 부회장은 그룹의 원로, 회사의 최고 어른으로서 조직을 추스르는데 마지막으로 힘을 들였고, 이제 새로운 현대하이스코를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현대차 그룹내에서 세 번째 퇴장이라는 기록은 극히 드물다.

철강업계로서도 박승하 전 부회장에 이은 김 부회장의 퇴진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원로들의 퇴진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원칙과 맞물려 현대차그룹 철강사업 부문에 대대적인 개편에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핵심은 결국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쏠린다.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의 진행 차원에서 앞으로 새로운 인재들의 등용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물론 김 부회장이 완전히 퇴진이라고 볼 순 없다. 지난 과정에서 살펴본 바대로 정 회장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라도 현역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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